7년 차 딩크부부의 텃밭일기
'커밍아웃'하듯 밭밍아웃을 선언하며 작은 도시텃밭을 일구는 농사팁과, 작물로 만든 엉성한 요리, 소소한 성취를 기록한다.
보통 마음이 아닌 시작
7년 동안 아이가 없는 느슨한 삶을 사는 나와 남편은 부러, 둘이서 책임질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선택적 딩크였던 우리부부는 언젠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절 바뀔 때 가던 글램핑도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보자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남편의 출장이 잦아지면 '회복'과'월요병'예방을 이유로 주말도 꼼짝없이 집에서 쉬어야 했다. 장롱면허 소지자인 나는 남편의 도움 없이도 갈 수 있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을 벌이고 싶었다.
뭐든 새로 시작하기 좋은 목련 만개한 이른 봄이었고, 거주지역 구청 홈페이지에서 행복농장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육아와 텃밭 가꾸기를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순 없지만 개인주의인 남편과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책임을 미루진 않을지 서로의 이타적인 면모를 발견해 보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10분 거리의 행복농장을 신청했다.
몇 주 뒤 임대확정 문자가 왔고, 임대비 3만 원에 텃밭 한 평과 상추 모종, 열무 씨앗 등을 교부받았다. 신청자 이름을 얘기하면 관리사무소에서 밭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지정받은 위치는 일조량 좋은 고지대 '95번'.
도시텃밭에는 대부분 물조리개는 준비되어 있으니 목장갑, 모종삽이나 호미 정도만 개인물품으로 준비하면 된다. 첫날엔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상추모종을 한가득 주셔서 기쁘게 받아왔는데, 그때만 해도 모종 하나하나가 우리 부부의 책임감이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었다.
작은 밭에도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
작더라도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텃밭을 운영하며 대략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계절에 맞는 추천 작물을 인터넷에 검색해 본다.
2. 나에게 맞는 제배 난이도 작물을 선택할 것.
3. 주어진 밭 면적에 맞춰 작물의 가짓수와, 양을 가늠해 본다.
4. 열매채소는 물과 양분을 충분히 줘야 하므로, 자주 가서 살필 수 있는 시기에 심자.
5. 어떤 것들은 먹을 수 있는 크기가 지나면, 뿌리까지 다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한다.
텃밭에서 배우는 것들.
도시텃밭은 남의 밭이 훤이 보인다. 울타리도 없고, 가림막도 없이 도닥도닥 붙어 있어서, 내가 얼마만큼 부지런한 사람인가 성격이 훤히 보인다는 뜻이다.
농사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은 참말이다.
반대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은 거짓이다. 남의 텃밭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실하게 열려도, 내 밭에 방울토마토 한 개가 빼꼼히 올라와 있으면 그렇게 소중하고 예쁘다. 남에게 잘 보이려 부지런할 필요는 없어도 그 소중하고 귀한 걸 배우는데 힘써보자는 말이다.
느리지만 내손으로 일궈 와닿는 것이야 말로 진실이다.
쇼츠나 메신저를 끼적일 때 쓰이던 내 손가락이 그렇게 별일을 다 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