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nsaction Without Words
나는 가격을 묻지 않았고, 그녀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교환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리마의 오래된 시장 한 구석이었다. 나무 상자에는 무화과가 가득했고, 간판이나 저울도 없었다. 다른 상인들이 큰 소리로 가격을 외칠 때, 그녀는 조용히 과일 위에 두 손을 얹고 있었다. 마치 그것들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듯했다.
“¿Cuánto?”
내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고, 침묵은 확고했다. 내가 떠나려고 하자, 그녀가 움직였다. 네 알의 무화과를 집어 종이봉투에 넣어 건넸다. 내가 내민 동전을 세지 않고 받아들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리마의 시장은 늘 분주하였지만, 그녀의 가판대 앞만은 유독 조용했다.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흥정하는 목소리, 생선 비린내와 과일 향이 어우러진 공기 속에서도 그녀의 자리만은 작은 성소처럼 고요함이 지배하고 있었다.
다음 날에도 나는 그곳으로 다시 갔다. “Buenos días.”라고 인사하자, 그녀는 미묘한 끄덕임으로 답했다. 종이봉투가 바스락거렸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무화과가 담겨 있었다. 내가 “Gracias”라고 말하자, 그녀는 잠시 눈빛을 마주쳤는데, 그것은 친절이 아니라 알기 위해 바라보는 듯한 응시였다.
세 번째 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묻지 않았다. 손끝이 잠시 스쳤을 뿐이었지만, 그 접촉은 실수처럼 느껴졌지만 오래 지속되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Siempre aquí?” (늘 여기 계세요?)
그녀는 나를 오래 바라보다 단 한 마디로 답했다.
“Siempre.”(언제나)
그것은 단순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선언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작은 교류 속에서 나는 리마의 규칙을 배웠다. 버스 안에서는 낯선 사람의 어깨에 기대도 사과하지 않았고, 카페에서는 눈맞춤만으로 계산서가 나왔다. 말이 적어진 자리에는 신뢰가 깃들었다.
한 페루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No necesitas hablar. 사람들은 네가 서두르는지, 존중하는지 다 보거든.”
한국이라면 나는 가격을 물었을 것이고, 잔돈도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마에서는 그런 일이 필요 없었다. 신뢰는 증명이나 보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공기와 같았다.
그 후 나는 종이봉투 대신 천 가방을 가져갔다. 그녀는 말없이 무화과를 넣었다. 나는 “Gracias”라고 말했고,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답했다.
“De nada.”
몇 주가 지나자 이 작은 의식은 미술관이나 성당보다 더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무화과는 단순히 무화과였지만, 내가 맛본 것은 달콤함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서울에 돌아온 후 이 경험을 말했더니 친구가 물었다.
“그러니까… 무화과를 샀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침묵을 샀어.”
그녀는 웃어넘겼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언어로 설명하는 순간 본질이 흐려지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녀 앞에 섰다. 시장의 소란 속에서 그녀가 나를 볼 때까지 기다렸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도 같은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리마에서 배운 것은 신뢰가 선언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것은 말없이 주고받는 종이봉투와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신뢰가 이미 존재하는데, 우리가 굳이 이름을 붙이고 증명하려 할 필요가 있을까.
11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시>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