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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0원 vs 1500만 원

by 징니보 Mar 28. 2025

얼마야?


글쎄 한 22000원 하려나?


거짓말이었는데. 사실 그것보다 좀 더 비쌌고 나는 내심 싸게 잘 샀다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아빠는 내가 사준 강아지 옷이 “헤엑- 그렇게 비싸.”라고 했다. 아찔했다.


아빠는 일어나서 뉴스만 본다. 사실 정말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겠지. 자신에게 할 일이 없으니 세상으로 시선이 향하고 아빠가 향한 시선 끝엔 분노가 가득했다.


아빠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돌이킬 수는 있으려나?


-


강아지의 물림사고로 인해 집안이 들썩거리고 난 후, 강아지에게도 상당히 타격이 컸던 것 같다. 스트레스로 인해 마냥 밝기만 했던 강아지가 계속해서 담장너머 외부인들을 신경 쓰며 짖었고, 강아지가 짖는 데시벨만큼 내 스트레스가 상승했다.


‘이 동네에 오면 뭔가 갇힌듯한 기분이 드는데 사방팔방 뚫려있고 시선이 다 우리 집을 향하는 것 같아. 짜증 나네.’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오히려 사방팔방 뚫려있는 이 담벼락을 높게 세우면 마음이 뻥 뚫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알아봤다. 담장이 대해서, 또 좀 멋있는 스타일로 세우면 얼마나 드는지 등등.




 - 하이클래딩 담장 1500만 원 -



비싸다. 고 생각했다.

비싼 돈이어서 바로 아빠한테

“우리 담장 높게 짓자.”라고 하질 못했다.

말하려면 돈이 준비가 된 후 말해야겠지.


어느 순간부터 아빠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아빠도 그걸 느꼈겠지.


벌써부터 자꾸만 작아 보이는 아빠가 서럽다.

우리 아빠 어디 갔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빠도 그걸 느낄 때가 있겠지.


자주는 안 느꼈으면 한다.


소중한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무력감으로 슬퍼진다. 아빠의 시간을 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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