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정식으로 누군가에게 배운 적이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오글거림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네요.
타고난 감정이 사랑인데 뭘 새삼 배우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사랑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감정 중에 하나인 것은 맞습니다. 이런 것을 선천적인 것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은 각자의 성격, 성향 그리고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분위기, 가치관 등에 따라 다르고 또 다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은 선천적일지 모르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후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 이라고 하면 조건 없이 베푸는 것,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예쁜 것, 아름다운 것,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지 정답인지는 함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믿는 게 곧 정답이 되는 것, 사랑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랑은 배우고 익히고 알맞게 써먹어야 합니다. 내가 믿는 게 곧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랑받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을 무조건 희생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사랑은 누군가에게 욕심이, 억압이, 슬픔이 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내가 즐거우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나, 슬프고 무서운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기고 견디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사랑의 실패 또는 사랑의 마침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실제로 우리는 공식적인 교육을 통해, 그리고 사회를 통해, 부모를 통해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배우고 익혔으며 또 그대로 써먹었다는 점입니다.
저도 엄마이지만 모든 엄마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조건을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기왕이면 다른 사람보다 편하게, 부족하기 않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돋보이게 살길 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좀 편하게 살아가려면 좋은 것이 곧 선한 것이고, 나쁜 것은 악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합니다. 돈은 좋은 것이고, 가난은 나쁜 것이며, 생명은 좋은 것이고,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선인이 말했듯이 좋은 것이 선한 것은 아니며, 나쁜 것이 악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쁜 것들이 우리를 괴롭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요. 우리는 거기서 삶의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지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의 인생이든 즐겁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인생이 생각보다 즐겁지 않다는 건 살아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기에 사랑만큼이나 그에 반하는 아픔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필요합니다.
이 글은 ‘그림책으로 배우는 사랑의 기술’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기왕이면 내가 엄마인 만큼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책이 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림책을 텍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약 24권의 책을 다루려고 합니다만 아마 쓰다 보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이 글이 다루었던 원작 동화책을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책이 책을 부르는 것만큼 좋은 건 없기 때문이죠. 더불어 엄마와 아이의 사랑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한 공간에서 함께 같은 책을 읽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아이가 글자를 알기 전에는 함께 할 시간이 그나마 많지만, 아이가 크고 글을 알게 되면서 미디어를 가까이하고 책을 점점 멀리하게 되면서 함께 책을 읽을 기회는 더 줄어듭니다. 아이가 그림책을 멀리 할수록 엄마 역시 동화책을 읽을 시간은 거의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을 기회로 하여 엄마가 다시 그림책을 찾게 되고, 그 느낌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아이가 그 책을 한 번쯤 찾아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