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미들턴, <민들레를 사랑한 기니피그 아삭이>
주인공 아삭이는 민들레를 너무나 사랑하는 기니피그입니다. 달콤 새콤한 민들레를 먹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합니다. 하루 종일 민들레만 먹고 싶고, 온 세상이 민들레로 덮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아삭이는 민들레가 어떻게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지 모릅니다. 그저 아무 곳이나 가면 민들레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민들레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들레를 좋아하지만 민들레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거죠. 그러는 동안 민들레는 점점 사라져 갑니다. 마구마구 먹기만 했기 때문이죠. 결국 마지막 민들레만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삭이는 차마 이 마지막 민들레를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걸 먹으면 이 세상에 민들레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테니까요. 아삭이는 이 마지막 민들레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아삭이가 민들레를 지켜주기 위해서 생각해 낸 첫 번째 방법은 도서관으로 가서 <민들레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통해 민들레에 대해 알아보는 것입니다. 책은 민들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줍니다. 아삭이는 책에 쓰여있는 대로 민들레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러기를 한참 지나고 민들레 꽃이 피어나고 하얀 꽃씨가 생겼습니다. 아삭이의 두 번째 방법은 그 하얀 꽃씨를 후~하고 불며 언덕에 퍼뜨리는 것입니다. 도서관에 가는 건 민들레에 대한 공부 했다면, 후~하고 불어 민들레 씨앗을 퍼뜨리는 건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민들레만 보면 먹기 바빴던 예전의 아삭이는 온 데 간 데 없고 사랑하는 민들레에 대해 잘 알고 그 사랑을 직접 실천하는 지혜로운 아삭이가 되었네요.
이제 아삭이에게 좋아하는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민들레 먹기’가 아니라 ‘민들레 키우기’입니다. 사랑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만큼 보살피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아삭이는 알게 된 겁니다.
여러분은 한 번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친구네 집에 있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강아지를 꼭 갖고 싶습니다. 솔직히 갖고 싶고, 기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강아지를 키울 수가 없습니다. 강아지는 아무 데에 오줌을 싸고, 티브이를 보고 있으면 같이 놀아달라고 귀찮게 하고 내 물건을 마구 물어뜯기도 합니다. 게다가 매일 산책하는 것도 빼먹으면 안 됩니다. 안 그럼 화가 나서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거든요.
만약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간절하게 강아지를 원한다면 강아지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강아지에 대해 잘 알고 또 돌 볼 수 있다는 것을 엄마와 아빠에게 보여주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강아지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해야겠죠? 강아지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먹어서는 안 되는지, 산책은 얼마나 자주 시켜야 하는지, 아무 데서나 오줌이나 똥을 누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 충분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저 엄마와 아빠가 해야 할 일만 늘어날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모님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할 게 뻔합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랑을 얻기 위해 누구도 애쓰지 않을 겁니다. 만약 아삭이가 원하는 만큼 민들레를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면 아삭이는 민들레를 키우려고 애쓰지 않았겠죠? 쉽게 얻는 사랑은 쉽게 잃습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랑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