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 탄생!

-낸시 틸먼,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생일 축하 노래는 아마 다 알 텐데요. 가끔 친구들이 생일 축하 노래의 가사를 좀 얄궂게 바꿔서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 얼굴도 못생긴 게~ 왜 태어났니~”


물론 재미있으라고 바꾼 가사지만 막상 거울 속에 비친 못생긴 내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창피하고, 엄마 아빠는 왜 이렇게 밖에 낳아주지 못했는지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외모 말고도 가끔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어요. ‘나는 잘하는 것도 없는데 왜 태어났을까?’ ‘공부도 못하는데 살아서 뭐할까?’ ‘엄마 아빠는 만날 혼낼 거면서 왜 나를 낳았을까?’와 같은 고민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죠. 탄생에는 조건도, 이유도 없답니다. 태어나야만 하는 사람, 태어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그 누구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대로 태어났다고 해도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자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죠.



어른에 가까운 나이가 될수록 똑똑한 사람, 재주가 많은 사람, 잘 생기고 멋진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보면서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나를 보며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을 많이 부딪치곤 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거나 창피해해서는 안 되요. 왜냐고요? 여러분이 태어난 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여러분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또 기다렸기 때문이에요. 단지 여러분의 부모님만이 여러분의 탄생을 기다린 것이 결코 아니랍니다. 태양, 별, 달, 바람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곰까지 여러분이 탄생하기만을 숨죽여 기다렸거든요. 그래도 믿기지 않는다고요? 아마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라는 책을 보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거에요.      

아이가 태어난 그날 밤,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기다린 달과 별은 창문 틈으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네요. 그 옆에 있던 바람과 비는 아이의 이름을 속삭이고 있군요. 마법과 같은 아이의 이름은 주문이 되어 들을 넘고 바다를 넘어 숲으로 전달됩니다. 그렇게 아이의 탄생은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아이의 탄생이 온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모든 대자연이 분주히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에요. 혹시 그거 아나요? 북극곰들이 춤을 추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춤을 주는 것이라는 걸요. 새벽까지 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아나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러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어서라는 걸요. 그리고 견디고 견디다 못해 새벽녘쯤 태양에게 그 자리를 맡기고 달이 잠들러 가는 그때가 바로 아침이라고 하네요. 세상에나, 태양과 달이 서로 다른 시간에 뜨는 이유가 이런 거였군요. 여러분의 탄생과 자연의 움직임이 이토록 함께 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운 건 숨길 수가 없네요. 

혹시나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외롭다고 느낄 때 주변을 둘러보세요.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며 소리 내는 건 나를 위해 부르는 노래이고, 동물원의 곰들이 잠을 자는 건 나의 탄생을 축하해주느라 신나게 춤을 추는 바람에 피곤했기 때문이며, 바람소리가 들리는 건 내 이름을 속삭였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자연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 사계절이 지치지 않고 변화하는 것, 나와 관련 없을 것만 같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조차 사실은 모두 내가 이 세상에 태아나 살아 있다는 것을 축복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주눅 들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리 나를 혼내도 우리 엄마 아빠를 다른 엄마 아빠와 바꾸지 않듯 여러분의 부모님 역시 아무리 여러분이 속상하게 해도, 마음을 아프게 해도 그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거에요. 여러분은 절대적인 존재이지 누구와 비교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태양, 달, 구름, 별, 바람, 비, 산, 바다, 동물, 나무…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각각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반대로 자신만이 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다른 것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때 비로소 대자연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그 어떤 것도 못생겼다고, 못났다고 구박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대자연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듯이 말이죠.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조건을 달지 않기 때문이에요.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조건 없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대자연의 사랑을 받지 않는 존재는 그 어떤 것도 없듯이 여러분 역시 대자연의 큰 사랑을 받기 위해 탄생한 사람입니다. 



이제는 농담으로라도 “왜 태어났니?”라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 같네요. 이 노래는 부르는 짧은 찰나에도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곰은 바람을 타고 들려온 여러분의 탄생을 축하하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즐겁게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 곰들이 즐거움에 춤추다 피곤해 지쳐 골아떨어질 때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나는 대자연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걸 항상 마음속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봅니다.             

이전 02화 사랑은 갖고 싶은 기술이 아니라 알고 싶은 기술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