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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19. 2018

첫 여성 주재원

도전과 열망의 자리

 어려서부터 달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발끝까지 날이 선 긴장감을 안고 출발선에 서는 것이 좋았습니다. 누구보다 빨리가야지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저 끝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속도감과 목적지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나아가고 있는 성취감이 계속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년시절 육상선수로서 참 열심히도 달렸던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성과도 내었지만, 그 길로 가지 않고 돌아섰던 것은 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트랙을 나와 다른 또래들처럼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생겨난 꿈은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다'였습니다. 막연할지도 모르는 이 꿈 하나로 대기업 해외영업이란 곳에 입사하여, 10여년을 보내며 가장 간절했던 꿈은 '주재원'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해외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주재원'을 가야 진정 현장에 나가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도전'은 '열망'이 되어 간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모든일에 기꺼이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일했지만 '여성이라서 주재원은 안된다'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는 이제 어느 목적지를 향해 뛰어야 하는가.' 더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해외영업 직무를 포기하고 다른 직무로 이제라도 변경해서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재원을 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나가야 했고, 해외영업을 하면서 커리어 개발을 위해서는 주재원 경험이 필수였습니다. 이 충분조건을 만족하지 않고 해외영업 커리어를 지속한다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적지않은 여자 선배님들 후배님들이 해외영업 직군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두고 다른 직군으로 변경해서 부서를 이동했습니다. 저도 매일매일 그런 선택의 갈등에 놓여있었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1%의 희망을 놓치 않고 나만의 '성'을 쌓아갔던 것 같습니다. 


누구도 허물지 못하는 '성' 철저하고 독보적이어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성'을 지어 증명해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합니다. 직장인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일이라는 것은 항상 많고 그 속에서 진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과 보여주기식 일이 있습니다. '철저하게 독보적으로'라는 마음을 새기며 대충대충(누구나 이렇게 하고자 하니)을 경계하며 진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나만의 '성'을 구축해나아갔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저의 뜻이 하늘에 닿은 것이라기 보다는 동료들의 마음에, 선배들의 마음에, 회사의 비전에 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축한 나의 '성'이 인정받았고, 표준이 되었고 모범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확장해야할 사업 방식에 대해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나의 레벨보다 높은 상사들과 일하는 사람이 되었고, 가이드와 코칭을 정확하게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기피하던 업무를 솔선수범하며 고생하며 나름 체계와 표준을 만들어왔던 것이 이렇게 시간이 지나 '인정'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제 자랑을 한 것 같아 쑥스럽지만, 이런 도전 끝에 그토록 열망하던 자리 '주재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회사내 해외 판매 여성 첫 주재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하고자 자랑아닌 자랑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타이틀을 얻었지만, 의외로 덤덤합니다. 그저 많은 남자선배들처럼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보니 주재원이라는 기회가 왔구나..그렇게 특별한 일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일도 아니구나. 그러나 여기저기서 첫 여성 주재원이니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뭐 그것도 맞는 얘기겠지만, 내가 유독 특별나가거 출중해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 것이고, 누구의 삶에 감동을 주기보다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을 뿐인데 과분한 타이틀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삶이 다른 이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지금까지 해외영업이라는 달리기의 끝이 주재원이었고, 나는 무사히 도착선에 도착했습니다. 레인을 이탈하지 않고 나의 트랙을 묵묵히 끝까지 달려오니 '해냈다'라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가족과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며 수고했다라고 응원을 보내주니 더 어깨가 으쓱합니다. 뒤에 달려오는 후배들에게도 이 '도전'이 헛되지 않으며 '열망'하는 그 자리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자든 남자든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꾸준함'이 열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후에는 주재원으로서의 삶과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거진을 쓰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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