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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pr 30. 2018

영어 그리고 중국어

해외영업에서의 언어

4월 한 달은 출장과 교육으로 아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외부에서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고 조만간 여름이 찾아올 것 같은 설렘마저 드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출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적인 기업들을 방문하고 스타트업들의 강의를 들으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대상은 전 세계로 흩어져 있는 법인들의 현지 책임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을 가장 혁신적인 도시에 모이게 하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배우고 교류하는 취지의 행사였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각 국가, 법인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모이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준비도 많이 하고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해외영업의 리더분(임원)들도 많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참석하게 되었는데, 중국 법인을 대표해서 오시는 분이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셔서 그분을 위해 통역을 도와드리기 위해 지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어'와 '중국어'를 합니다. 통역이라고 하니 소위 Native처럼 잘 하실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초. 중. 고. 대를 나온 '국내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통역'을 할 수 있었느냐고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에 영어 공부를 일찍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요즘의 영어 교육열에 비할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외국어 고등학교 중국어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 영어 공부만 할 때 중국어도 배울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참 소중했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초 문법 중심이었고, 수능 위주의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회화 실력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시에는 '언어' 전공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에 어린 나이에 '언어'는 당연히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학 4년 동안이라는 시간을 또 언어만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상경계열 전공을 선택했지만 당시 중국이 엄청나게 개방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었고, 저는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어' 공부에 '매진'했었습니다. 돌아와서는 취업준비를 위해 남들처럼 토익 준비도 하고, 중국어 고급 능력 자격도 따고 하면서 '스펙'을 다졌던 것 같습니다. 취업 시에는 언어 능력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여자 신입사원은 배치를 잘 안 한다는 '해외영업'직무에 배치를 해주었으니 말이죠. 


해외영업부서에 들어와 보니 '언어' 특기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일본어, 중국어, 터키어, 이란어, 스페인어, 불어 등 당시에는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기업일수록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기 때문에 언어 특기자들을 많이 선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 언어 특기자들은 그 국가를 담당하여 수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어 베이스로 업무를 하지만, 그 나라만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그 언어로 한다는 것은 질적으로 정서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에게 더 정감이 가고 교류하기 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중국어를 특기로 인정받아 중국 관련 업무를 꽤 오래 하였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을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크고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야 중국 젊은 세대들은 영어를 너무나도 잘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중국 비즈니스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만 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는 영어로 진행을 하고요. 영어는 회사 와서 실력을 많이 키운 것 같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영어가 필요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많이 노력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오는 Native처럼 영어 하는 젊은 사원들과 비할 바는 아니지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언어 특기자를 많이 선발하였는데, 요즘 채용 트렌드를 보면 (제가 인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예전만큼 그들을 우대해서 뽑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전 세계가 이미 글로벌화가 많이 되어서 전 세계인이 '영어'를 잘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도 이제는 젊은 청년들이 영어를 너무나도 잘하기 때문에, 그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 '중국어'로만 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지요.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들만 해도 예전에는 언어 전공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해외영업으로 들어옵니다. 특별히 언어 전공자를 우대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둘째, 번역기와 통역기가 되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사라질 직업 리스트에 보면 '통역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 번역기와 통역기가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지만, 저는 곧 머지않아 완벽하게 번역, 통역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출장에서 통역 시 번역기 앱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셋째, 언어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도구'일뿐입니다. 회사는 더 이상 '도구'만 잘하는 사람을 우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얼마나 창의적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회사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런 사람은 대체 불가하지요. 만약 내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언제든지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요즘의 회사는 코어 비즈니스는 내재화 하지만 주변 비즈니스는 외재화 합니다. 

즉, 콘텐츠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정규직 화하지만, 언어로 전달하거나 번역하는 사람들은 외주를 줍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당연히,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특기로 삼았고, 그 덕에 회사에 들어와 해외영업을 업무를 12년째 하게 되었지만, 제가 그것을 '특기'로 삼아 '잘난 척'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언어 특기 덕에 '통역' 출장도 가게 되었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어'와 '중국어'를 회사 전체에서 1등 할 만큼 잘하지 않습니다. 저를 '언어'만 잘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MBA에서 전략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의 워크숍에서 법인 대표들과 나란히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주무 부서장님이 판단하셨고, 무엇보다 회사의 글로벌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거기에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있어 중국 책임자와 대화하는 데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세계 언어 사용자 순위

한국에 많은 분들이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고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위 통계를 보면 1,302백만 명이 중국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용 인수가 많으니 배워야 하는 것일까요? 과연 저 사람들을 만나서 비즈니스를 하게 될까요?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제가 다시 어렸을 데로 돌아간다면 그 투자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기타를 치며 다양한 감성을 키웠을 것 같습니다. 


언어는 필요한 사람이 하면 됩니다. 저처럼 업무에서 필요한 사람, 저런 일을 하고 싶은데 꼭 언어가 필요한 사람이 하면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를 공부한다면 '영어'로 충분합니다. 대신 자신의 콘텐츠를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금상첨화입니다. 회사 내에서도 '영어'를 Native처럼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 직원들 중 몇몇은 자신의 콘텐츠(전략, 아이디어 등)도 있으면서 언어를 잘하기 때문에 아주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그들은 '영어'만 잘하는 '앵무새'로 자신을 가둬버리는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아직까지는 '영어'잘하는 사람을 우대해주고 심지어 우러러보니 우쭐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콘텐츠를 보고서로 담아내어 설득하는 것이 약하다 보니,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야경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직장인들이야 자신들이 이미 매진하는 콘텐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레벨 업하기 위해서(필요에 의해서)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언어를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성공한 어떤 사람도 '언어'만을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지, '중국어'를 죽자 사자 공부하지 않았지요. '한국'의 많은 학생들도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해서 스펙을 쌓을 시간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원들과 일하고 싶습니다. 




* 이 글에서 '콘텐츠'는 업무를 함에 있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 전략, 무기, 기술' 등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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