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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20. 2021

국제연애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국제 연애를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들.

국제 연애를 거쳐 얼마 전 국제결혼을 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국제커플이 많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많은 질문을 받곤 한다. 주로 많이 받는 질문들을 정리해보았다. 


1. 언어 장벽은 없어요?  


한국인에게 인생의 평생의 숙제가 있다면 영어가 아닐까. 중고등학교를 걸쳐 영어공부는 평생 하는 것 같은데도 한국인들에게 영어는 항상 어려움으로 남는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소통을 하는 우리에게 서로 언어 때문에 장벽은 없는지 많이 묻곤 한다.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언어 때문에 큰 문제를 느껴본 적은 없다.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였기에 말하면서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꼭 상대한테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영어 말고는 그 내용을 말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짧은 단어와 문법을 어떻게든 조합해서 내가 원하는 의미를 전달했다. 그 연습을 2년이 넘는 시간을 반복했더니, 내 평생의 숙제였던 영어로 소통하기는 연애를 하면서 얼덜결에 해결되어 버렸다. 


또한, 우리 둘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내의 모국어는 핀란드어, 나의 모국어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한국어) 가끔 어떠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주로 그 단어를 영어로 표현한다. 그러면 영어로는 그 단어를 몰라도 각각 핀란드어, 한국어로 그 단어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그 단어를 영어로도 알고 싶으면 검색을 해본다. 서로 대화 중에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내가 사용한 단어를 내 아내가 모르거나, 내 아내가 사용한 단어를 내가 모를 때가 당연히 존재한다. 이럴 때는 대화의 문맥을 통해서 그 단어의 맥락을 유추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 모르는 단어를 맥락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꼭 그 단어를 이해해야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냥 솔직하게 그 단어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서로 설명을 해준다. 이 단어는 이런 의미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 꽤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해오다 보니 서로가 쓰는 단어의 풀을 어느 정도 공유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날이 갈수록 대화를 할 때 언어의 장벽은 느껴지지 않는다. 


영어는 소통의 수단일 뿐이다. 수단으로써 그것을 잘 활용하면 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상대가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설명해주면 된다. 


2. 문화 차이는 없나요? 


문화 차이는 당연히 많이 겪는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어른들과의 관계다. 핀란드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수평적이다. 반대로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는 나이에 따라 수직적이다. 


한국에서는 어른의 눈을 똑바로 보는 것은 약간의 무례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라 어른들에게 "어디 어린놈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다. 


그러나 반대로 핀란드에서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기본적인 예의다. 핀란드에서 초반부에 장모님은 아내에게 나는 왜 대화를 할 때 눈을 쳐다보지 않냐고 물어보셨다. 눈을 쳐다보지 않는 행위는 심지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나와 아내가 한국에 와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결혼 전에 집안 어르신을 만나면 큰절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이미지가 아내에게는 마치 포로가 잡혀서 항복을 할 때와 비슷하게 보였다고 한다. 굉장히 굴욕적인 자세로 보여 처음에 불편함을 느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막상 듣고 보니 얼굴을 거의 땅바닥에 대는 자세가 포로의 그 자세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문화에서 왜 이런 전통이 있었고, 이 전통이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만나다 보면 결국 너무 달라서 힘들지 않아?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 결론적으로 묻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너무 다른 점이 많아서 불편하지 않냐는 것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받은 틀리다. 


다른 점은 많다. 당연히 나와 전혀 다른 국가에서 20년이 넘게 살던 사람을 만났는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원래 인간은 모두 다르다. 심지어 나와 부모를 공유하고 자란 환경마저 거의 일치하는 내 친동생과 나도 다른데, 결혼 상대로 누구를 만나던 그 사람이 나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나와 다른 점이 많은 아내이지만, 국가와 문화를 제외하면 나와의 공통점도 많다. 우리 모두 국제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봉사활동에서 큰 기쁨을 느끼기에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만났다.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으며, 아내는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어 커리어적으로 서로 대화하기 편하다. 우리는 많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또한 오히려 외국인이니 나와 다른 것을 훨씬 더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만약 한국인과 관계를 맺으면 막연히 이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 기대가 무너지며 상대와 다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원래 시작부터 이 사람의 생각은 정말 나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와 다른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하면 오히려 재미있다. 왜 이 사람은 저렇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서로 다른 성향과 관점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좋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나아가 나는 왜 이렇게 세상을 바라봐 왔는지 설명을 하다 보면 그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되고 나 스스로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눈을 통해서는 우리 집도, 우리 집 앞의 나무도, 서울도, 대한민국도 이 세계도 너무나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 새로운 렌즈를 때에 따라 낄 수 있는 이 관계를 너무나 사랑한다. 



"검은머러 왜국인" 작가님과 함께 국제연애를 통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에는 매주 일요일에 글이 올라옵니다. 

https://brunch.co.kr/@enerdoheezer/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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