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사람의 취향,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배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핀란드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는 문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을 내게 가져다주고 있다.
그녀의 눈은 푸르다. 지중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색을 닮았다. 그녀는 흙색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검은색의 머리만 알고 있는 내게는 '금발'밖에 그녀의 머리를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그녀의 언어로는 '흙색' '진저색', '그라운드 그레이', '그라운드 브라운, '라이트 브라운'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녀의 피부색은 희다. 한국에서는 제법 흰 피부를 가진 나지만, 그녀의 옆에 가면 자연스레 내 피부색은 올리브색이 된다. 황인종으로서 바라보는 나의 세상과 백인으로서 바라보는 그녀의 세상은 제법 다르다. 그녀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그리고 영어 3개 국어를 한다. 그녀는 국가에서 자가격리를 강제하는 것이 어색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불편하다. 그녀는 나무와 호수를 사랑하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금세 숲을 찾는다.
그녀는 살라미 아키라는 검은색 약 맛 나는 사탕을 매우 좋아하지만, 내게는 약보다도 맛없는 이상한 무언가다. 나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흰 밥과 김치를 꺼내며 가족과 한국, 정겨움을 떠올리지만, 그녀에게는 썩 달가운 냄새가 아니다.
그녀는 나보다 어리지만 성인이 된 순간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왔고, 그녀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 그녀의 대학교는 무료고 그녀의 국가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지원금을 준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6년 안에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의 절반을 국가에서 갚아준다. 그녀는 강아지와 고양이 한 마리를 포함해 12개의 구성원과 함께 자랐고, 그녀의 주변에서는 그것이 당연했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은 하나의 꿈이며, 우리는 모두 어떠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그녀의 푸르른 눈 속에 들어간 지 벌써 499일이 되었다. 우리는 지난 10개월을 함께 핀란드에서 지냈고, 6개월을 각각 각자의 나라에서 지냈으며 벌써 한 달째 한국에서 함께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 6개월을 한국에서 더 함께 지낼 것이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그렇게까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 불편함 점이 많지 않으냐고. 워낙 많이 다르니 불편한 점이 있다. 그녀에게는 평등이 당연하다면, 내게는 경쟁이 당연하다. 그녀에게 인간은 수평적인 관계이지만, 내게 어른은 수직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한국에서 자라왔고, 한국어를 썼다. 그녀는 핀란드에서 자라 핀란드어를 쓰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이 인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녀는 지금 내게 새로운 절반의 세상을 가져오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절로 내게 와 나의 절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이 나를 덜 편협한 인간으로, 조금 더 열려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다른 그녀의 푸른 눈 속에 언젠가부터 내 웃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많이 웃는 나는 아니지만, 유난히 그녀의 눈 속에 들어가면 더 자주 웃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녀의 푸른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좋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인종, 새로운 문화가 나의 반쪽을 채워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많은 분들이 국제연애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맺고 있는 이 소중한 인연을 바탕으로 예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