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un 27. 2021

연인의 가족은 언제쯤 만나면 좋을까?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방법

핀란드에서 지금의 아내와 만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가족의 집에 방문을 할 계획을 잡고 있을 때였다. 


한국에서는 연애를 할 때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중에 하나다. 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나 긴 시간 동안 굳이 부모님한테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을 만나는 일은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당시 여자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핀란드어를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가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느껴지는 감정을 이야기했다. 너무 어색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아내의 이야기는 오히려 반대였다. 


앞으로 어색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만나기 시작해야지! 


생각해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누군가가 익숙해지고 편해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만나고, 그 사람과 대화하고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서로 어색함이 없어지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인의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런 덕분에 아내의 삶에 대해서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라오면서 일상의 행복에 많은 무게를 두지 않았다. 내가 행복을 느꼈던 많은 일들은 내가 이뤄낸 성취들이었다. 바둑대회에서 상을 탔던 일, 중학교 때 여러 가지 상을 받던 일, 원하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들어갔던 일들. 즉,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은 한 일상의 하루하루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하루하루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정진해 나가고, 지금 당장 말초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성취를 결국 끝에 이뤄냈을 때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내 아내 가족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내는 총 7명의 남매가 있다. 아내를 포함하면 8남매다. 내 아내의 가족의 행복은 하루의 소소한 일상이었다. 각자 직장에서, 학교에서 할 일을 마치고 집에 모여 좋은 날씨에 뒤뜰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배구를 하고,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농담을 하고 노는 것. 그것이 그들의 행복이었다. 

아내가 자라온 배경을 이해하니 아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보니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혹시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원하는 만큼의 커리어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절반씩 닮은 나의 아이를 키워나가는 삶 역시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가치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제 연애, 나아가 국제결혼을 하다 보니 주위에서 부모님께서 어떻게 반응하셨는지를 항상 궁금해하신다. 우리야 서로 말도 잘 통하고, 좋다고 연애를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은 너무 갑작스럽고 다르게 느끼지 않았을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역시 내 아내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다. 먼저 내가 핀란드에서 지내고 있을 때 어머니와 동생이 핀란드로 여행을 왔다. 그중 3일 정도는 아내의 집에서 묵으면서 자연에 둘러싸여 지냈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와 동생은 핀란드에서 가족들이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아가 함께 독일과 체코 등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했다.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이 비록 생긴 것도 다르고 하는 말도 다르지만 나를 잘 이해해주고, 나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갑자기 어느 날 아내를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핀란드에 있을 때는 크리스마스나 핀란드의 명절마다 아내의 본가에 자주 방문하여 부모님과 교류하고 동생들과 배구를 하고 축구를 하고 놀았다. 마찬가지로 아내도 한국에 왔을 때 자주 내 본가에 방문하여 부모님과 닭갈비도 함께 먹고 재래시장도 방문하며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많았다. 


많이 다른 두 가족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가족을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아무리 다른 두 가족도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 연애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https://brunch.co.kr/@enerdoheezer/309

"검은머리 왜국인" 작가님과 함께 국제연애를 통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에는 매주 일요일에 글이 올라옵니다. 

이전 02화 국제연애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