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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ug 23. 2021

남사친과 여사친은 존재할 수 있을까?

정말 놀랍게도 해당 주제는 한국에서 엄청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과연 찐 남사친 여사친은 존재하는가? 그 경우 둘 중의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친구를 만들 때 성별을 따져가면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보자. 백인과 흑인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과연 그 질문이 성립을 할까? 그렇다면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냐는 질문, 무교와 이슬람교가 친구가 될 수 있냐라는 질문은 또 어떠한가? 


강원도 사람과 제주도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사람이 가진 특징 중에 하나일 뿐 그 둘이 친구가 되는 것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관계를 맺으며 조화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친구를 만나는 것이 내게는 휴식이고,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정말 즐긴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만나고 다니는 사람, 즉 친구가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한다. 나는 다양한 친구가 있다. 스웨덴의 70세 먹은 친구도 있고, 스리랑카의 인도 계열 친구도 있고, 터키의 중동계 무슬림 친구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히 이성인 친구들도 많다. 

세계에는 남성과 여성이 대략적으로 반반 정도 존재한다. 그런데 내 친구들이라는 집단을 무작위로 추출했을 때 그 모든 친구들이 나와 같은 성일 확률은 통계적으로도 너무 적다. 

주머니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 친구를 3명 뽑았는데 그것이 다 파란색일 확률은 1%가 조금 넘는 아주 적은 확률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서 내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해 많은 친구들의 연애를 보면, 남사친과 여사친 문제는 언제나 연애의 큰 갈등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내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다른 성의 친구들과 함께 놀 때 있었던 다툼을 생각해 아내에게 남사친-여사친과 관련된 문제를 물었다. 


나는 네가 친구를 만나는 것을 너의 인생에서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잖아. 나는 너를 충분히 믿고, 너의 인생의 행복에서 억지로 부자연스럽게 절반을 떼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라고 말해 주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감사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큰 행복인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을 전혀 불편함 없이 잘 즐기고 있다. 


사실 유럽에서는 룸메이트가 이성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독일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룸메이트가 여러 명인데 모두가 동성인 경우가 더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확률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핀란드 기숙사에 살 때 이성인 친구들과 집을 공유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함께 모여 여행을 가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룸메이트는 고사하고 여성과 남성이 섞여 여행을 가는 것, 심지어는 남성과 여성이 친구가 되는 것조차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세상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데,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커녕 서로를 오히려 떨어트려 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남중 남고, 여중 여고의 정책 역시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정책이다. 어차피 사회에 나아가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모여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왜 오히려 뒤틀린 사회를 경험하게 할까?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 중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분명히 젠더갈등이 상위에 뽑힐 것이다. 그리고 그 젠더갈등은 여성과 남성이 서로 갈라져서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로가 어떤 상황 속에 놓여있는지 귀 기울여 듣기만 해도 해결이 될 문제를 골방에서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만 대화를 하고 있으니 작금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젠더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이미 서로 많은 화가 나버렸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손가락 튕기기 한 번의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서로가 친구가 되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인지한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문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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