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어?
내가 개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외국에 나간 한국인은 언제나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질문이다. 사실 굉장히 난처한 질문이고, 기분이 유쾌한 질문이 아니다. 내가 먹지도 않는 개고기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것도 참 이상하다. 그러나 한국이 아닌 곳에 나가는 순간 나의 가장 큰 정체성은 어쩔 수 없게도 “한국인”이 되기에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한국 문화의 대변인이 되어 있다.
그런데 마침 이 질문을 아내에게 들었다. 아내는 현재 여름 인턴으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동료가 어디에선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고 와서는 하루 종일 안줏거리로 삼은 모양이다. 남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아내의 입장도 제법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내게 물은 것이다.
한국에서 먹는 오래된 나름의 문화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것을 서구사회의 입맛에 맞게 설명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나는 싫다. 물론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지금까지도 굉장히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내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한국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는 것은 아니고…
등등의 변명을 하는 것은 참 싫었다. 그래서 나는 눈치 보지 않고 명확한 내 의견을 밝혔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한국에는 분명히 있다. 나는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육식을 하는 사람에게 비난을 하는 점이라면 충분히 이해한다. 에너지적으로도 동의하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의견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 소고기는 실컷 먹으면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만 유난히 경악하며 마치 한국을 미개한 민족으로 보는 그 시선이 나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그냥 친구 한 명이 물었다면 굳이 이렇게 까지 복잡하게 설명을 하고 토론까지 해보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내에게만큼은 정확히 내 의견을 밝히고 싶었다. 아내는 항상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워왔고, 강아지를 정말 사랑하는 아내는 제법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에게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내는 설마 키우던 강아지를 먹는 것이냐고 물었다. 역시 이번에도 예상대로 내가 개를 먹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변명을 해야 했다. 당연히 반려견으로 키우는 동물을 먹는 것은 아니고, 가축용으로 따로 키우는 개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의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사회의 모습이다. 참고로 발터 크래머와 리츠 트렝 클러가 쓴 책 <상식 오류 사전>에 따르면 돼지의 지능은 개보다 높다. 개의 평균 IQ는 60 정도인데, 돼지 IQ는 75∼85 정도로, 이 수치는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 거듭 말하지만 강아지를 먹는 것과 돼지를 먹는 것의 차이를 나는 모르겠다. 개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든 사람들은 다 최소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러자 아내는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만약 어떤 사람이 육식을 한다면 어떻게 느끼는데?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고, 이상하다고 조차 느끼지 않을 자신이 있어?
이 질문은 상당히 신선했다. 나는 직접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 중 반려견을 키우면서 반려견과 정말 감정적으로 많이 가까워지고 정말 가족처럼 느끼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내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애착을 느끼는 존재가 있는데, 그 존재를 음식으로 먹는다니 충격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것을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것에는 이유 모를 불편함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그렇다면 만약 강아지와 항상 같이 자라면서 강아지를 자신의 친구로, 가족으로 느끼며 자라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강아지를 먹는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한발 물러서게 되었다.
이제 좀 이해가 되긴 하네, 이상하다는 감정이 드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겠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가끔 정말 어렵다. 머리로 열심히 토론을 하고 이해를 해도,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반응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럴 때일수록 역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 역시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인은 왜 개를 먹어?”라는 질문을 받아보곤 했고,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럽고 불쾌해서 그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따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경우 정답과 오답은 없다. 무엇인가 단정적으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굉장히 오만한 판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무엇이든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아무리 깊게 믿고 따라왔던 가치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과 다른 가치관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보자.
상대방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일단 상대방이 무슨 말은 하는지 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넓은 마음으로 품고 살아갈 수 있다. 더욱이 혼자 살기로 결심한 것이라 우리처럼 전혀 다른 문화의 두 사람이 만나 앞으로 평생을 같이 살아가기로 약속한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