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Dec 21. 2023

행복한 조직원이 최고의 조직을 만든다.

MIT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다. 전 세계 대학의 랭킹을 매기는 Qs ranking을 기준으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전체 랭킹에서 1위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학에서만 높은 성취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를 포함 총 9가지 항목을 모두 반영한 결과다. 가장 좋은 연구를 하는 학교가 어디인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Overall (전반적 평가)

Academic Reputation (학술적 명성 )

Employer Reputation (고용주 평판)

Faculty Student Ratio (교직원 학생 비율 )

Citations per Faculty (교수진 별 인용수)

International Faculty Ratio (국제 교수 비율 )

International Students Ratio (국제 학생 비율 )

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 (국제 연구 네트워크 )

Employment Outcomes (고용 결과) 


필자는 보건복지부의 펀딩을 받아 1년 동안 MIT의 뇌인지과학과 (Brain and Cognitive Science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대체 어떻게 이 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로 평가받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어떤 동기로 일을 하는지, 그들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직문화와 일을 하는 분위기는 어떻고, 서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은 과연 또 어떤지 알아보고자 한다.


사람을 감동시킨다. 첫날 교수님을 만나러 갔을 때 집 주소와 휴대폰 번호 및 아내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비상연락망 정도로 생각을 하고, 별생각 없이 적어 주었다. 그리고 교수님과 열심히 미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교수님과 미팅을 하고, 점심을 연구실 사람들과 먹으러 갔을 때,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단순히 비상연락망을 위해서 집주소와 아내의 이름을 물은 것만이 아니었다. 교수님이 나와 미팅을 하는 동안 비서분께 따로 부탁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너무 예쁜 꽃을 보내주었다. 아내도 정말 큰 감동을 받았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은 집단은 구성원들 하나하나에게 아주 사소한 배려를 해준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가 잘 알고 있다. 금전적으로는 사실 크지 않은 사소한 배려이지만, 나는 이 사소한 배려 때문에 이 연구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아내 역시 내게 이런 좋은 연구실이라면 최선을 다해 연구하기를 바란다고 응원해주었다. 꽃다발 덕분에 나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불태웠고, 아내의 지지까지 얻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한 집단을 최고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자의 가족에게도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나는 방문연구원으로 MIT를 방문하는 것이라 J1비자가 나온다. 그리고 J1비자의 배우자에게는 J2비자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MIT는 연구자들의 배우자들 역시 MIT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여기고, 그들 역시 보스턴에 와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MIT의 한 선배님께서는 아래와 같이 말씀해 주셨다. 


MIT 연구원의 배우자는 엄연한 MIT 커뮤니티의 멤버입니다. "MIT warmly welcomes the spouses and partners." 이 스피릿을 무조건 알고 와야 합니다. 세계적인 연구자들을 MIT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spouse & partners 혜택이 훌륭해야만 합니다.

한 연구자 개인 개인이 가장 행복할 때 최고의 연구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연구자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가족과 파트너도 행복해야만 한다. MIT는 그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가장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가족들 역시 소외되지 않게 느끼게 한다. MIT Spouse & Partners Program이 따로 있고, 그들을 위해 보스턴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주고, 서로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커뮤니티 및 교육 프로그램도 아주 잘 활성화되어 있다. 서울대에서 연구를 할 때, 아내가 따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불편했다. 좋은 도서관이 있지만 나만 들어갈 수 있었고, 아내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어떤 학교 공간도 아내는 이용할 수 없었다. 최재천 교수의 저서 "최재천의 공부"에서 보면 최재천 교수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업시간에 자녀를 데려왔다가, 그것이 나중에 꽤 많은 부정적인 수강평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과 가족이 완전히 분리가 되어야만 그것이 프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연구하는 건물에는 학생들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되어 있고, 아내는 공식적으로 그 공간을 다 사용할 수 있고, MIT 도서관 역시도 출입이 가능하다. 교수님과의 미팅에서 교수님께서는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교수님께서 직접 연구실 투어를 해주시는 중, 사무실의 자리가 좀 남는 것을 보고 교수님께 혹시 그렇다면 연구실에 아내에게도 자리를 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씀하시고는, 교수님께서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과 잠시 상의하시더니 연구실에 내 아내를 위한 자리도 제공해준다고 한다. 아내는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고, 다시 한번 이 교수님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보라고 응원해주었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니 정말 다시금 이 연구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솟아났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어야 최고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최고의 사람들이 결국 최고의 조직을 만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