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Jul 07. 2024

노벨상급 과학자의 특징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혹은 내 인생의 위대한 성취를 하려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언제 나올까는 항상 큰 관심사다.


세계 최고의 대학 MIT에서 연구를 하며 노벨상과 가까운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뇌인지과학부에는 노벨상 수상자이신 수수무 토네가와 교수님이 계시고,

나의 지도 교수님이신 앤 그레이벨 교수님께서는 노벨상은 아직 받지 못하였지만, 대통령 과학상, 카빌 상을 비롯해 노벨상을 제외한 과학자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모두 받으신 분이다.


얼마 전에는 MIT에서 박사를 받고 현재는 그 기술을 이용하여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육현우 박사님과 대화를 하며 좋은 과학자의 특징에 대해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연구자 분들과 대화하고 함께 연구를 하다 보니 좋은 과학자로의 특징에 대해서 관찰과 사유를 할 기회가 많았다. 훌륭한 과학자분들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기심이 많다. 가장 큰 특징이다. 나의 지도교수님이신 앤 교수님은 현재 만 나이가 82세이신데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궁금해한다. 아직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아이처럼 좋아하고, 왜 그럴까 탐구한다. 많은 뛰어난 과학적 발전과 성취는 우연한 결과에서 나온다. 계획을 통해서 만들어진 발견과 진취는 의외로 적다. 그러다 보니 뛰어난 과학자들은 자신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실험들을 일단 많이 해본다. 흔히 말하면 "삽질"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것이다. 그냥 궁금하니까. 당연히 100개 중 99개의 실험은 "삽질" 그 자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은 정말로 이 결과가 궁금해서 실험을 해본 것이니 이 결과를 유심히 훑어본다.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계속 지속하다 보면 100개 중 하나에 해당하는 실험 결과가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놓치지 않고 잘 붙잡으면 그것이 위대한 발견이자 과학적 성취가 되는 것이다. 육현유 박사님은 이런 비유를 해주셨다.

뛰어난 과학자는 마치 뛰어난 여행스냅작가와 같다고. 우리가 가장 감동을 받는 훌륭한 사진은 그 찰나에서 나온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 순간에 마침 들고 있던 사진기로 그 순간을 포착했을 때 뛰어난 사진이 나온다. 과학절 성취는 삼각대를 가지고 하루 종일 기다려서 나오는 사진보다는 우연히 나온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을 때 나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좋다. 우연한 한 순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많이 찍어야 하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사진은 영 별로다.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뛰어난 회복탄력성은 필수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과학자들을 계속, 또 계속 실험을 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호기심으로 돌아간다. 호기심이 없으면 이 험난한 과정을 계속해나갈 힘이 없다. 재미있지 않다면 99% 이상 실패하는 과정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겠는가. 뛰어난 과학자들은 쉽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평온하다. 뛰어난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굉장히 평온한 상태에서 나온다. 아주 치열한 고민 끝에 극적으로 나오는 유레카 모먼트는 생각보다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극적이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툭하고 나온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담아내는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살려낸다. 그러다 보니 아주 평온한 성품을 가진 학자들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데 귀를 기울이다 보니 바깥으로는 차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특징을 통해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우리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역시 운이다. 받아들이자. 세상의 어떤 것이 그렇지 않겠냐만, 뛰어난 과학적 성취 역시 많은 부분 운이 크게 작용한다. 과학이라는 것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위대한 성취를 보장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많은 부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벗어나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평점심을 준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100번 하면 99번은 실패하는 분야를 꾸준히 하려면 당연히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분야를 선택할 때 이러한 실패를 견딜 정도로 나에게 설렘을 주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유행하고, 미래가 유망한 분야라고 해서 그 분야를 억지로 연구해서는 안된다. 우선 그 유행하는 분야도 그 분야가 좋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무려 2,500여 년 전 공자도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는가. 또한 지금 모두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공지능 분야도 사실 고작 15년 전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분야였다. 언제 어떤 분야가 유행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연구하다가 그게 마침 유행이 된다면 그 유행을 즐기면 된다. 그리고 만약 유행하지 않는다면 어떤가, 그동안 즐거웠을 텐데.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대체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 너무도 중요한 집단주의를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사회가 인정해 주는 일을 잘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주변에서 인정해 주고, 그 인정은 나에게 다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기에 그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건지 사회가 나에게 어떤 것을 좋아하게 만든 건지 도저히 그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때 내가 육현우 박사님께서 해준 조언은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을 하는 게 내 삶의 영화에 잘 맞아서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가.


내가 나라는 사람의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극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본인의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강도가 강한 경험을 돌아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인상 깊은 순간. 그것 관련된 것을 탐구하는 것이 당연히 나의 삶의 영화에 가장 극적인 퍼즐이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아주 유용한 질문이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가장 극적인 순간은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을 오래 겪었던 순간일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별일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필자에게는 전체 삶에서 가장 극적이고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외부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이렇게나 힘들 수 있다는 것을 겪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까지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 싶다는 동기로 이끌었고, 그 동기가 나를 MIT에 입학시켰다.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다.

몇 년 전 우리를 감동시켰던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수상식에서 위와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결국 가장 창의적인 스토리는 가장 개인적인 스토리에서 나온다. 어쩌면 과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장 개인적인 동기를 쫓을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탐구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오래 탐구하다가 때를 만나면 그때 가장 위대한 성취가 오는 것이다.


과학에 대해서 썼지만, 쓰고 나니 이 내용은 어쩌면 그 어떤 분야에도 뛰어난 성취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나의 영화를 만들어줄 나의 다음 퍼즐은 무엇이 될지 함께 고민해 보자.

이전 02화 서울대학교가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이 아닌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