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전 세계 대학의 랭킹을 매기는 Qs ranking에서는 총 9가지의 항목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라고 여겨지는 서울대학교의 경우 현재 29위다.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랭킹이 올라갔고, 올해 처음으로 3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Qs ranking의 시스템은 가장 좋은 대학의 점수를 100점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다. 10년째 1위를 달리고 있는 MIT의 경우 2개의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1위이므로, 대략적(국제학생 비율과 국제 연구 네트워크 제외)으로 MIT를 기준으로 비교를 한 점수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Academic Reputation (학술적 명성 ), Employer Reputation (고용주 평판), Faculty Student Ratio (교직원 학생 비율 ), employment Outcomes (고용 결과)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거의 MIT와 비교해도 아주 큰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Citations per Faculty (교수진 별 인용수)의 경우 아직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가임을 감안했을 때 70점 정도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점수만 놓고 보았을 때 서울대학교의 랭킹을 올리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항목은 International Faculty Ratio (국제 교수 비율), International Students Ratio (국제 학생 비율)이다. 100점 만점에 10점대를 기록하고 있으니 다른 점수들에 비해 처참한 실정이다. 혹자는 국제 교수 비율, 국제 학생 비율이 왜 대학의 랭킹을 메기는데 중요한 항목으로 여겨지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처럼 "한민족"을 오랫동안 자랑해 왔던 국가의 성장을 못마땅 해하는 서구국가의 계략이 아니냐며 분기탱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국가의 대학들은 어떠할까? 아시아에서 현재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학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세계 11위), 베이징대학교(세계 12위)등이 있다.
서울대학교의 점수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역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International Faculty Ratio (국제 교수 비율), International Students Ratio (국제 학생 비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항목에서 싱가포르국립대학교와의 차이는 너무도 압도적이다. 심지어 한국과 비슷한 "중화민족"을 중요시하는 중국의 베이징대학교의 경우 국제 교수비율이 서울대학교의 약 4배 이상, 국제학생의 비율은 약 3배 이상이다. 서울대학교의 저 두 가지 항목의 점수는 분명히 유의미하게 낮은 점수다.
International Faculty Ratio (국제 교수 비율), International Students Ratio (국제 학생 비율)은 왜 중요할까? 대학은 학생만 잘 가르치고, 연구만 잘해서 좋은 성과만 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지난 2달 동안 MIT에서 경험한 바로는 International Faculty Ratio (국제 교수 비율), International Students Ratio (국제 학생 비율)이 대학의 평가 기준에 아주 잘 맞는 척도라고 생각된다. 이는 다양성을 표현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왜 중요할까? 다양성은 더 관용 있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그곳으로 쉽게 올 수 있게 마음을 먹게끔 도와주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저서 <크리에이티브 클래스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한 지역 사회를 성장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3T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는 꼭 한 지역이 아니라 대학을 포함한 어떤 지역이든 적용이 가능한 접근법이다. 관용적인(Tolerance) 사회가 인재(Talent)를 불러들이며 그 인재들이 기술(Technology) 발전을 통해 그 사회를 더 살기 좋고 뛰어난 곳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MIT 대학원의 경우 2021년 9월 기준으로 2,945/ 7,296 약 40% 신입생이 국제학생이다.
나머지 60%의 미국인들 중에서도 히스패닉, 아시안, 흑인등의 인종적 다양성을 더한다면 아마 더 다양한 그룹이 될 것이다.
본인이 소수자가 되었을 때 직접적으로 받는 물리적인 차별뿐만이 아니다. 항상 스스로 이방인임을 어쩔 수 없이 상기해야 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엄청난 단일 민족을 자랑하는 핀란드에서 동양인으로 살았던 나의 경험과 한국에서 핀란드인으로 살았던 아내의 경험을 통해 비추어 보았을 때, 다양성은 자신이 그 사회에 일원으로 속한다는 것을 느끼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소수자가 되면 괜히 누군가가 나를 쳐다볼 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곳 MIT는 다양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최대한의 다양성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를 적극적으로 들이기 위해 국제 학생과 국제 교수의 비율은 중요한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McGovern 연구소에서 매분기별로 잡지를 만드는데, 그중 한 번의 잡지의 테마는 연구실의 다양성이었다. 위 약 30여 명의 연구자가 속해 있는 그룹에서는 사용하는 언어가 무려 17개라고 한다. 언뜻 살펴만 보아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 오노 가즈모토가 엮은 저서 <초예측>에서는 일본과 미국사회를 비교하며 미국이 현재 압도적인 최강국으로 성장한 이유로 이민자에 대한 포용성을 뽑는다. 미국은 도전정신을 가진 뛰어난 인재를 끊임없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꾸준하게 혁신을 이끌어 냈다. 사실 미국의 엄청난 성장과 뛰어난 창의성의 많은 부분은 미국인이 아닌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가 미국에 와서 이뤄낸 결과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3000명이 MIT에 매년 몰려와 연구를 하는데, 당연히 엄청난 혁신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일본은 새로운 이민자에게 열려있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미래는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현재와 겹쳐지는 부부이 많다. 저출산과 저성장으로 인해 사회는 고령화되고 혁신에서 멀어지고 있다. 아무리 한국에서, 서울대학교에서 좋은 연구 여건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한국인 밖에 없는 환경에 새로운 인종이 와서 연구를 하고 혁신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한국도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에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포용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가 섞여 있을 때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사고가 더 유연해지고 더 혁신적인 사고를 가능할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세계최고 대학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 현재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