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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Sep 25. 2024

당장 자연인은 될 수 없고 힐링힐링은 필요할 때

치유의 물멍

지금껏 살아온 인생사를 돌아보니 삶이 힘들었던 이유 중 대부분은 '사람'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가장 어려운 것이 '관계'이다. 그렇다고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일찍이 앞서 용기 내어준 '자연인'분들이 존경스럽고 부럽기까지 하다. 꾸역꾸역 몸에 이고 지고 끌어안고 살던 것들을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용기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 지쳐 힘들 때 '자연인'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그 외에 '한국기행'도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주로 중년 남성들이 자연인을 시청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중년 직장인들의 피로감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쉬는 날이면 '자연인'을 본다고 했더니 친구는 왜 그런 프로그램을 보냐면서 사회부적응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친구의 농담에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지만 어쩌면 나는 정말 사회부적응으로 기울기 쉬은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성격 탓에 동네 친구들의 왁자지껄 어울림에 끼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또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할 때도 친구들의 관심사가 난 통 재미가 없었다. 공감할 수 없으니 함께 웃고 떠들 수 없어 혼자 섬에 표류한 듯 외로웠다.


서울 토박이인 친구와 달리 나는 시골 출신이다.

엄마가 시골에 사실 때는 쉬는 날 고향집에 내려갈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시골 공기를 마시며 동네 어귀를 산책했다. 들판 위의 예쁜 꽃들과 푸르른 나무, 논밭 위에 풍성하게 자라난 농작물들을 바라보노라면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이 편안해졌다.

시골 DNA를 무시할 없는 것인지 지금도 콘크리트벽으로 가득한 도심 공간보다 초록으로 무성한 자연을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어떤 것도 폐허가 된 마음에 휴식을 주지 못했다. 결국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휴일 아침, 거센 폭풍우를 뚫고 1시간을 운전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카페로 향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3시간 넘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후에도 질식할 것 같은 삶의 순간마다 산소호흡기를 찾듯 물멍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밀물과 썰물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달리 강물은 잔물결마저 평화롭고 호젓하다.

햇살이 비추는 날엔 아름다운 윤슬에 감동해, 세상도, 내 삶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찬란할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비록 강물을 우아하게 가르는 새의 발은 물밑에서 바쁘게 발장구를 치겠지만 강물은 그런 새의 수고로움 마저 배려하듯 한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자연과 눈 맞추며 고독의 시간 속에 고요히 머무르다  보면 사납게 넘실대던 마음의 파동은 어느새 온순해진다. 이런 힐링의 시간을 통해 나를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임을, 죽을 때까지 어르고 달래며 손잡고 가야 할 마음도 결국 내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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