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영향을 준 인물(3편)

친언니에게 쌍욕을 들었다.

by 써니현

나에겐 1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보통의 연년생 자매라면 친구처럼 평생 절친으로 지내거나, 선의의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언니와 나의 관계는 절친도, 라이벌도 아닌 어정쩡한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와 나는 어린 시절 힘의 균형 아래 우호적 상호관계가 아닌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절친은 애초부터 글렀다. 그때마다 난 분함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속으로만 씩씩거렸고 함부로 덤볐다간 되려 더 험한 꼴을 겪을 수 있어 자리를 피해버리곤 했다.


이 집이나 저 집이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사연 없는 집 없다고, 언니에 대한 뿌리 깊은 내 감정의 실타래는 엉켜버린 사연이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 다지만 싸움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옳고 그름의 결론도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쪽에선 감정이 남기 마련이다.


방황하는 가운데 먹고사느라 늘 부재중이었던 엄마로 인해 우리 집 권력의 실질 서열 1위는 '언니'였다. 언니는 타고난 성격인지, 취약했던 환경 탓인지 쉽게 분노했고 폭력적이었다. 집안의 위엄을 세워줄 남자 어른이 없던 우리 집은 엄마 역시 언니의 일방적 감정 폭주를 컨트롤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어릴 적 나는 몸이 약했고 힘도 1살 위 언니에게 늘 밀렸다.

언니는 늘 먼저 싸움을 걸어왔고, 동물의 세계에나 있을 법한 서열 정리를 스스로 잘했다. 자기에게 반항한다 싶으면 온갖 욕설과 폭력으로 기강을 잡았고 그 싸움은 늘 나의 패배로 끝이 났으며 언니를 피해 도망가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전이 일어났다.

중학생이 되면서 내 키가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언니보다 덩치가 더 커져버린 것이었다. 그 후 언니는 위기감이 들었는지 더 센 폭압으로 서열을 견고히 하려 죽기 살기로 힘을 내어 나를 제압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제 힘으로는 나를 당해낼 수 없다고 느꼈는지 신체폭력이 아닌 언어폭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다 언니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을 떠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우리 집은 평화로운 전 상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언니의 감정 조절 문제로 인한 트러블은 30대 초반까지 지속되었고 그 후로는 내가 언니와 감정적. 물리적 거리를 둠으로써 잦아들었다.


그러다, 최근 엄마 건강문제로 전화통화 중에 말다툼을 벌였고 서로 언성이 높아진 끝에 언니에게 아주 오랜만에 쌍욕을 들었다. 감정이 폭발할게 뻔해 서둘러 전화를 끝는다는게 간발에 시간차로 욕을 듣고 말았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두 번 다시 대면하지 않을 사람인데 자매라는 혈육의 인연으로 만났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거리 두기가 필수인 사람이 있나 보다. 한쪽의 일방적 무례함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이해하고 용서한 결과가 '고쳐지지 않는 지속적 결례'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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