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함부로 발로 밟지 마세요.
가을이 나에게 알려준 것
낙엽은 가을이 초대한 귀한 손님이다.
땅에 착지한 낙엽은 혼자 있기 외로운지 나무 위에 앉아있던 가을 잎사귀들에게 이제 그만 내려오라 손짓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낙엽 친구들이 내려와 이제는 사방천지 지천이 낙엽이다.
길가에 나뒹군 낙엽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다 무심코 나무를 올려다본다.
문득 낙엽을 키워낸 나무가 참 의젓하고 대단하다.
초록빛의 싱싱하던 나뭇잎을 갈색 나뭇잎으로 키워내기까지 말 못 할 속앓이를 하진 않았을까?
그렇게 곱게 키운 나뭇잎을 결국 떨궈내야 하는 나무.
나무는 낙엽을 떨굴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
그렇게 열심히 키워낸 자식 같은 나뭇잎을 마지막 한 잎까지 모조리 떨구어 내도 나무는 의연하기만 하다.
성숙한 나무를 닮은 것일까?
나무와 갑자기 이별하게 된 나뭇잎 또한 조금의 서운함도 내비치는 일이 없다.
보통은 자신을 데리러 온 바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나무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할 만도 한데
마치 싹이 틀 때부터 자신의 때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중 나온 바람에 미련 없이 자신의 몸을 싣는다.
사람도 늙으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 나뭇잎도 초록의 청춘 시절을 보내고 갈색의 황혼시절을 맞는다.
하지만 자신의 색깔이 변했음을 슬퍼하거나 한탄하지도 않고 빛나던 초록 시절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올여름 무더위에 사람들에게 선선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도 막아주며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한 나뭇잎.
아낌없이 내어주고도 생색 한번 내지 않고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한 생을 나뭇잎으로 존재하다 미련 없이 땅으로 돌아가 자신을 키워준 나무에게 보답한다.
열심히 키워낸 나뭇잎을 모조리 떨군 후에도 의연한 나무.
소리 없이 자신을 내어주다 자신의 때가 오자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나뭇잎.
올 가을
나무와 낙엽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