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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돈 주고 식물을 사다니

애플민트 & 로즈마리

by Slowlifer

나에겐 ‘초록치’ 라는게 있는 것 같다. 방금 내가 순간적으로 지어낸 말이기도 하지만 한번 더 곱씹어 생각해 봐도 꽤 말이 된다.


온 세상이 초록초록 해지는 봄과 여름엔 따로 집안에 초록이를 들이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 그냥 초록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등산을 하고 공원 산책을 하고 캠핑을 다녔다. 추운 겨울 지나 연두연두한 귀여운 이파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봄이 오면 늘 괜히 마음이 설레었고, 순식간에 초록 가득 울창해진 숲을 보면 드디어 캠핑을 갈 수 있는 계절이 왔구나 또 한 번 설레었다.


생각해 보면 난 늘 초록에 끌렸고 늘 초록과 함께였다.


그러던 내가 초록이 있는 밖으로 나가는 걸 넘어서 처음으로 집 안으로도 초록을 들이고 싶은 욕구가 생겼던 시기는 늘 지금과 같이 주변이 황량해진 추운 겨울 어느 날이었다.


그랬다. 난 특히나 초록치가 훅 떨어져 버리는 겨울에 무의식적으로 집에 들일 수 있는 식물을 찾곤 했다. 바닥 치는 내 안의 ‘초록치‘를 어떻게든 올려야 했으니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5년 전 즈음의 겨울이었던 것 같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남들보다 겨울이 어렵다. 집으로 향하는 길 종종걸음으로 바삐 걸음을 재촉하다 문득 지하철과 연결된 쇼핑몰 출구 한쪽 구석에 조그마하게 자리 잡은 식물가게 앞에 쪼르륵 귀엽게 놓여있는 초록이들에게 내 눈길을 빼앗겼다.


어릴 적 텃밭의 추억 때문일까, 그 당시의 나는 이왕 식물을 키울 거면 먹을 수 있는 상추나 고추와 같은 채소 키우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내가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사고 싶었던 식물은 내 생각에 관엽과 채소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허브 식물인 애플민트와 로즈메리였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작고 여린 그 친구들을 홀린 듯 한참이나 쭈그리고 앉아서 쳐다보다 예정에 없던 식물 구입을 하였다.

그게 나의 첫 내돈내산 식물이었다.


손으로 그 친구들을 쓰윽 쓰다듬은 뒤 손에 묻은 향기를 맡아보니 동글동글한 귀여운 애플민트 이파리에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상큼한 사과향이 났고, 스테이크 가니쉬로 익숙했던 로즈마리 역시 명성답게 허브향이 매력적이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플라스틱화분에 심겨 신문지로 둘둘 말아 검은 봉지에 넣어진 그 친구들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분명 행복했었다.


지금보다 더 식물 키우기에 대해 모르던 시절, 이케아에서 그저 색이 예뻐서 사온 물구멍 없는 화분으로 옮겨 심어주고 나니 더욱더 애정이 갔다. 해도 잘 들지 않는 빌라 난간에 놓아두고 오다가다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킁킁거렸다.


무성하게 잘 자란 애플민트를 심지어 미안해하며 줄기를 싹둑 잘라다 물에 띄워 먹기도 하고, 로즈메리를 꺾어다 요리 좀 하는 사람인 양 홈파티 요리에 써보기도 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하며 즐거웠다.


그래서일까. 신혼집으로 이사 온 뒤 집 앞 마트에서 계절마다 화훼장터를 여는 것을 알고 흥분한 내가 달려가 가장 먼저 집어 들고 온 친구들 역시 이 친구들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내가 본격적으로 식물들을 이만큼이나 집안으로 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 작은 시작이 내겐 기분 좋은 경험이었던 건 분명하다.


애플민트

반양지와 양지사이의 환경

하루 4-6시간 이상의 햇빛

15-20도씨가 적정 온도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듬뿍 물 주기

로즈마리

베란다 또는 창가 햇볕이 잘 드는 곳

하루 4-6시간 이상의 햇빛

10-25도씨가 적정 온도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물 주기

습한 걸 싫어하고 통풍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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