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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만원을 내려놓는 일

by Slowlifer

월급이 무서워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직장인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누군들 직장인이고 싶어 회사를 나가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한때는 그토록 간절히 한 회사의 소속이 되고 싶었지만, 한 회사에 소속 되는 순간 사람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게 그 모습을 순식간에 바꿔 버리지 않던가.


나 역시 그랬다.


항상 경제적으로 불안정했던 성장기를 거친 나의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적 안정’이었다. 돈. 돈돈돈 하며 살기 싫어 돈을 많이 벌어야했고 돈을 많이 주는 회사가 필요했다.


역시 참으로 식상한 말이지만, 나에게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때가 찾아왔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더이상 돈이 내게 문제가 되지 않을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때? 그 또한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이대로 살다간 내가 살지 못할 것 같을때.


그때였다.

이제는 마약같은 이 월급과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월급중독 같은건 남 얘기라 생각했다.


나 또한 별반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나 역시 알콜중독자, 도박중독자 등 여느 중독자처럼 내가 중독되어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나 역시 유명한 회사 이름 뒤에서 내가 마치 유명한 사람이 된 듯 우쭐함을 느꼈고,

그저 회사 성과가 좋아 올랐을 뿐인 인상 연봉에 그게 곧 내 능력인냥 그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된다 여겼다.


상여, 보너스, 월급.

단순 계산해도 세전 월 천만원.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아니, 적어놓고 보니 내가 지금 놓으려는 게 정확히 얼마어치의 값을 포기하는 것인지 아찔해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큰 금액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사는 내게 더 많은 숫자를 던져줄 것이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지라도. 그저 당장은 회사만한 내 인생의 보험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듯 하다.


사람들이 왜 내가 제일 세다고 했는지 알것도 같다.


그들 눈엔 하루 아침에 아무 대책없이 내가 월 천만원을 포기하고 떠나는 것처럼 보일테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가 당장 어딜 가서 월 천만원을 번단 말인가. 그래도 두 눈 질끈 감고 이제는 그 숫자에 안녕을 고한다.


그저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었던 셈 치면 된다.

그 뿐이다.


지난 6개월, 아니 사실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아팠던 마음이 이제는 그만해도 된다고 말한다.


이제는 얼마를 벌기 위한 일 말고, 내가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은 그런 일을 하라고 말한다.


내가 있어야 가족도 있는것이니,

나를 잃으면서까지 돈을 쫓지 말라며 나를 잡아 세운다.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인생인데, 내가 이젠 제대로 살아야겠다는데,

누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모든 걸 내려놓고서야,

그제서야 슬며시 다시 뭘 좀 잡아볼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나도 이제 내꺼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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