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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공간이 주는 힘

무늬보스턴고사리

by Slowlifer

나는 한때 엄마 피셜 ‘발발이’로 불렸던 적이 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엄마 눈엔 내가 발발이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땐 그저 내가 밖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집안에 내가 마음을 놓일만한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였단 걸 알아챈 건 집안 내 시선이 닿는 곳곳에 초록을 놓아두고 나서였다.


지금 나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던 과거의 나의 모습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집순이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집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집이라는 것은 잠만 자는 공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던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공간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는 뜻일 테다.


그러던 내가 결혼 후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나의 공간에 자유롭게 색을 입히기 시작하고서야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니멀을 추구하며 누군가의 눈에는 휑할 정도로 언제든 이동 배치가 가능한 최소한의 가구 사이로 초록을 채우고 나니 내 취향의 형체가 뚜렷해짐을 느꼈다.


나는 우드와 초록의 조합을 사랑한다.

매일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는 식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삐 움직이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다.


효율성만 강조하며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조용히 내 공간에서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더딜지라도 저마다의 속도로 묵묵히 조금씩 성장하는 식물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마치 세상의 기준으로는 멈춰있는 듯 보이는 지금의 내게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요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원목 테이블의 명당자리에 놓아둔 무늬보스턴고사리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원목테이블과 무늬보스턴고사리의 형광색이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선명한 무늬를 가진 이파리를, 꼬불꼬불 귀엽게 올라오는 새순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잘 만들어진 월넛 원목 테이블이 내게는 그런 것이다.


자연이 내어준 짙은 우드 색상에는 모든 초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간이 갈수록 내게 이 원목테이블은 만족스러운 소비로 남는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내 공간은 내게 두고두고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물건들로만 채우기로.



무늬보스턴고사리

16-20도씨의 선선한 날씨

흙 표면이 말랐을 때 충분히 물 주기

밝은 간접광을 좋아함

습도는 50-70%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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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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