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단소니몬스테라 & 무늬보스턴고사리
내가 처음으로 당근마켓으로 들여온 식물은 ‘몬스테라 아단소니’다. 덩쿨성 식물로 심심치 않게 한 장 한 장 새 잎을 자주 내어주어 키우는 맛이 쏠쏠한 친구다. 잎에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데 펼쳐내는 그 잎마다 구멍의 개수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이라 신엽을 준비할 때면 펼쳐낼 모습을 늘 궁금하게 만드는 친구이기도 하다.
당근마켓에는 없는 게 없다더니 식물을 알고 난 뒤로 이곳이 식집사에게는 엄청난 놀이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매일 또 어떤 다정한 식집사의 손길을 거친 식물들이 올라올까 기대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당근을 들락댄다.
물론 종종 화원 구경을 갔다 내가 당근에서 눈퉁이를 맞았구나 속이 쓰린 경험들도 더러 있었고,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들여온 식물들의 상태를 보면 이사, 출산, 개업선물, 식태기 등 저마다의 사연과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식물이 그 주인에게서 관심을 듬뿍 받다 온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결론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것 :)
그래서 나도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깜찍한 소망도 마음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 피어난다. 특히 오늘처럼 마음이 따뜻한 당근 판매자를 만난 경우엔 더더욱 그런 마음이 확고해진다.
어쩜 이런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세상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많고 살만한 곳이라는 위안을 얻어 모처럼 마음이 따땃하니 행복한 아침이었다.
오늘 문득 당근 거래를 다녀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를 이렇게 좋아하고 빠져서 지냈던 적이 있었던가? 내 대답은 “아니, 한 번도 없었어”였다.
늘 해야 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인지 내 취향 같은 건 잘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내가 원하는 걸 잘 몰랐다. 그래서 마치 배려인 양, 쿨한 사람인 양 이래도 좋고 저래도 괜찮다고 주로 주변 의견에 따랐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의 자신만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맞는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난 음식, 옷, 취미 등 뭔가 뚜렷하게 엄청 선호하거나 몰두하거나 빠지거나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거나 했던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지 못한 채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열심히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다 문득 내 인생에 브레이크가 필요함을 느꼈고 그제야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봐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내 인생의 핸들을 이제야 내가 잡아보는 기분이랄까. 처음으로 ‘일 하는 나’가 아닌 다른 우주를 맛본 느낌이랄까.
여태까지의 삶도 나였지만 내가 아니었다. 뒤늦은 사춘기가 온 것 같은 기분이면서 지금이라도 마음껏 내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이런 내가 나쁘지 않다.
내 취향 수집의 첫 번째가 초록이었다.
정확히 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삭막한 도시 속에서 자연을 매일 누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집 안으로 식물을 들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식집사를 자처했다.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그 공간을 흉내 내며 따라 하며 나만의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푹신한 1인용 소파에 앉아 내가 만든 초록 취향 가득해진 집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절로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이제 어디 가서 누군가 나에게 요즘 뭐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도 조잘조잘할 말이 생겼다는 사실이 내심 뿌듯하다.
“저는 요즘 식물에 흠뻑 빠져서 집을 정글로 만들고 있어요. “
몬스테라아단소니
햇볕 좋아함
겉흙이 말랐을 때 물 주기
수경가능
무늬보스턴고사리
간접광으로 밝은 창가에서 키우기
높은 습도 요구
러너로 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