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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키우는 나, 낭만 있는 사람

by Slowlifer Mar 19. 2025

드디어 베란다에 노란 튤립이 폈다.

봄이 왔다는 이야기다.


3월 중순, 어제는 느닷없이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를 보이는 요즘이지만 어쨌거나 3월은 봄이다.


열다섯 개 구근을 작년 가을에 심었고, 그중 5개는 어머님께 선물드렸고, 5개는 꽃을 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려 내게 남은 튤립은 5송이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제일 기대했던 노란 스트링골드라는 종이 살아남아 연달아 한 송이씩 예쁜 꽃을 피워내 줘 며칠 내내 나의 눈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예쁜 건 같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어머님들이 프사에 꽃을 해놓는 게 이런 기분일까, 최근 가입하게 된 커뮤니티에 튤립사진을 공유했다.


내 눈에 예뻐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예뻐서 기분이 잠시라도 좋아지길 바라며.


대부분의 긍정적인 피드백 중 단연 기분 좋았던 코멘트는 “낭만 있는 사람“이었다.


그랬다.


내가 삶에서 좇는 일부에는 분명 낭만이 있었다.

나는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낭만이랄 게 거창할 게 없었다.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에 의미를 잘 부여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고스러워 보이는 일일지라도

때로는 의도적으로 수고스러움을 자처하는 것,

그래서 나만의 행복의 빈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낭만이었다.


나는 아마 매년 가을 튤립 구근을 심을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임을 알았기에,

내가 낭만을 지킬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기에

아마도 매년 가을, 수고스러움을 자처할 것이다.


하나씩 차곡차곡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모아나 가고 싶다.


한 번에 큰 행복을 바라는 사람 말고,

매일 아침 베란다에 피어있는 튤립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해지는 것처럼

여러 번 잦은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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