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베란다에 노란 튤립이 폈다.
봄이 왔다는 이야기다.
3월 중순, 어제는 느닷없이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를 보이는 요즘이지만 어쨌거나 3월은 봄이다.
열다섯 개 구근을 작년 가을에 심었고, 그중 5개는 어머님께 선물드렸고, 5개는 꽃을 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려 내게 남은 튤립은 5송이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제일 기대했던 노란 스트링골드라는 종이 살아남아 연달아 한 송이씩 예쁜 꽃을 피워내 줘 며칠 내내 나의 눈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예쁜 건 같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어머님들이 프사에 꽃을 해놓는 게 이런 기분일까, 최근 가입하게 된 커뮤니티에 튤립사진을 공유했다.
내 눈에 예뻐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예뻐서 기분이 잠시라도 좋아지길 바라며.
대부분의 긍정적인 피드백 중 단연 기분 좋았던 코멘트는 “낭만 있는 사람“이었다.
그랬다.
내가 삶에서 좇는 일부에는 분명 낭만이 있었다.
나는 낭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낭만이랄 게 거창할 게 없었다.
일상에서 소소한 것들에 의미를 잘 부여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고스러워 보이는 일일지라도
때로는 의도적으로 수고스러움을 자처하는 것,
그래서 나만의 행복의 빈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낭만이었다.
나는 아마 매년 가을 튤립 구근을 심을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임을 알았기에,
내가 낭만을 지킬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기에
아마도 매년 가을, 수고스러움을 자처할 것이다.
하나씩 차곡차곡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모아나 가고 싶다.
한 번에 큰 행복을 바라는 사람 말고,
매일 아침 베란다에 피어있는 튤립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해지는 것처럼
여러 번 잦은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