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당근에 이런 식물 판매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곧 출산 예정이어서 처분합니다 ‘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해서 내놓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식물도 사람과 똑같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니까 아기에게 온 애정과 신경을 쏟아야 하는 그 시기에 식물을 키우는 게 어쩌면 어려울 수 있는 것도 백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엔 펜스를 쳐놓고 화분을 베란다에 모두 내놓기도 했었다.
당시엔 영원할 것만 같던 그 짧은 시간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후루룩 지나가 이제는 걸음마를 지나 뛸 준비를 하는 아기는 어느덧 꼬마 식집사가 되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더니 모든 행동을 모방하는 요즘, 이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식물 키우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면 곧장 장난감 물조리개를 들고 와 자기도 하겠다고 물을 담아 달라고 하고, 식물에 아이 예쁘다 쓰담쓰담해줘 하면 “아 예쁘다 “ 하며 조심스레 식물을 쓰다듬어준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주말 아침 아기와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하며 베란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요즘 나의 큰 행복이다. 물론 물을 바닥에 쏟거나 흙을 여기저기 묻혀 놓기도 하지만 치우면 될 일이었다.
그 귀찮은 일보다 함께 하는 이 추억이 더 귀중함을 안다. 그리고 내 아이와 함께 자랄 이 식물이 기대된다. 우리 아기가 자라는 동안 오래오래 곁에 두고 같이 이 화분 하나에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자연스레 흙을 만지고 식물에 둘러싸여 자라면 이 꼬마 식집사는 아마도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힘들 때 나처럼 식물을 들여다보며 흙을 만지며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식물의 푸릇푸릇함을 예쁘다고 느낄 줄 아는 감성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래서 어디선가 상처를 받아 어지럽혀졌더라도 손쉽게 다시 마음에 평온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 하나를 가진 채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