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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존밀크 Nov 25. 2024

글 속에서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요조건




"처음 만난 이 자리에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신다고?


나는 생각이 표정이 되는 사람인지라 작가님은 이미 내 표정에서 저 생각을 텍스트 그대로 읽으셨을 것이다. 왜 작가님의 고백에 깜짝 놀랐는가, 내 기준에서는 타인 앞에서 밝히기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저 정도 솔직함이 있어야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것인가, 수업이 끝난 뒤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좋은 건 해당 작가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서점으로 구입했고 주말 내내 그 책 속에 빠져있었다.



다 읽고 나서야 그분의 고백이 이해됐다.

이미 이 분은 자신의 책 안에서 내 안의 모든 것을 벗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아픔, 슬픔, 고통을 촘촘히 활자화시켜 출판까지 하셨으니 이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벼운 일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분이 겪은 일이 가볍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은 뭘까.

수려한 필력, 머릿속 가득한 영감들, 스트레스받지 않는 평온한 환경 등등.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솔직함'이다. 솔직하지 않은 글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설득시키기 매우 어렵다. 필력이 좀 투박하더라도 글 안에서 배어 나오는 솔직함과 진솔함이 독자를 감동시킬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인가.

과거 나는 어느 글쓰기 강좌에 다닌 적이 있다. 사촌언니가 갑자기 떠난 마음도 미처 추스르지 못했는데 내 제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내 삶에 짙게 드리우던 시절, 난 그 고통과 슬픔을 글로 표현을 했다. 사촌언니를 상실한 사건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것을 쓰는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퉁퉁 부은 눈을 애써 뜨며 감정 하나하나를 써 내려갔다. 너무 내 내면을 고백하는 글이라 문우들에게 내가 어떤 이미지로 비칠지 걱정되긴 했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망의 합평의 날.

문우들은 내 글을 보고 많이 우울했었는가 보다. 남의 집 사정을 필요이상으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부담스럽고 쓰인 문체도 너무 드라이하여 마치 설명문을 읽는 기분이라 하였다. 내가 과하게 솔직했던 것일까, 근데 당시엔 내가 그 글을 쓰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할까, 나에게 저 말을 하는 사람은 이상 문학상 수상자라도 되는 것인가, 수상자라 할지라도 저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여러 가지 잡념들이 합평 이후 내 머릿속을 박박 긁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글을 이곳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단 생각이 들었고 결국 글쓰기 강좌 단톡방에서 로그아웃을 했다. 돈 꽤나 내고 다녔던 곳이었는데, 쩝.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계속 곱씹었다.

하도 곱씹어서 입맛이 텁텁해질 무렵, 난 깨달았다. 난 잘못되지 않았다. 문우들이 읽기 힘든 글을 썼던 부분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난 내 글 안에서는 나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했다. 그렇다고 감정 쓰레기통처럼 활용한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감정을 다소 드라이한 문체로 담담히 하지만 슬프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날의 내 글이 조금 부끄럽지만 소중하게 느껴진다.



현재 나의 필력은 저 때의 비해 약간은 빛깔이 생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난 내 글 안에서만큼은 정말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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