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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Feb 24. 2024

프로보다 인기 많은 무명 선수들

인기는 재미순이지

한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면 그때서야 꽃이 된다고 했다. 어린 왕자는 수많은 장미를 마주쳤지만 자신이 길들인 장미만이 자신만의 장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력이 좋으면 꼭 사랑받을까? 기능이 좋아야만 사람들에게 선택받을까?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별로던 노래도 많이 듣다 보면 괜히 좋아지지 않던가. 


프로농구 구단의 평균 관중은 5~15만 정도다. 그런데 무명선수들의 유튜브가 평균 10만 조회수 이상 나오고 있다. 당연히 티겟값이 존재하고 팔리는 걸 고려하면 무료인 유튜브랑 비교할 게 아닐 거다. 그렇지만 분명  재미있는 현상이다. 프로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먹고사는 존재라고 가정하면, 분명 이 유튜브에 출현한 사람들은 웬만한 프로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승진 선수가 최근 프로 선발 실패, 대학 자퇴 선수 등을 모아 프로 진출을 도전하는 유튜브시작했다. 분명 이들은 프로가 되지 못했으니 프로의 실력이 있는 사람은 아닐 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스토리에 환호한다. 공짜인 유튜브인데도 몇 만 원씩 돈을 낸다. 왜 그럴까?


이들의 이야기에 감동받았기 때문일 거다. 우리가 보는 프로 스포츠는 대개 선수들의 경기뿐이다. 선수가 어떻게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전혀 모른다. 전날 아버지가 아팠는데 감안하고 경기를 뛰는 걸 수도 있는데 모른다. 그냥 보는 거다. 하지만 그냥 보고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연주나 음식도 준프로급이 아니면 구분하지 못함을 우리는 수많은 몰카 콘텐츠에서 보지 않았는가. KBL보다 더 관중이 적을 WKBL의 한 선수가 초보인 척 뛰는 몰카 콘텐츠는 조회수가 거의 200만이다.


NBA급 수준이 아니고서야 경기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저 선수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아야 우리는 감동한다. 멀리 떨어진 하나의 점이 아니라 옆집 형 같이 느껴져야 우리는 콘텐츠에 몰입한다. 이름도 몰랐던 WKBL 선수가 할머니 분장을 하고 속여야 그 떄서야 우리는 감동하고 재미를 느낀다. 


인기가, 사랑이, 구매가 정말 기능순인가? 혹은 가격순인가?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을 공유하면서 참가의식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런 콘텐츠는 많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슈퍼스타K>의 1등은 1등으로 노래를 잘하던 사람이던가? 혹은 제일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던가? 아니었다.


하승진 유튜브의 선수들은 제일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보는 재미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콘텐츠가 그들을 보는 재미가 있게 만들었다. 포인트가드는 에너지가 넘치고 폭발적인 만화 캐릭터 같은 성격이고, 센터는 듬직하면서도 경기에 지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람이다. 그들이 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돈을 내게 만들었다는 거 자체가 그들이 이미 프로가 될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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