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건 언제나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흘려보내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다. 그저 문득 어느 순간 쓰게 된다. 쓰다보면 하나의 욕심이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잘쓴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잘쓴다’는 정의를 나는 그냥 멋지다로 퉁친다.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유일무이한 글. 유려한 문장 속에 통찰이 담겨서 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 구어체를 쓰는 것도 좋지만, 나는 최대한 글만큼은 낯선 것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낯설어서 내가 미처 몰랐던 나를 만나는 기회 같은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게 써보기도 하고, 생뚱맞은 단어들을 조합하기도 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또 무엇이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냥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목적이 없다. 목적을 잃은 삶은 방황한다. 글도 방황한다. 너저분하다. 연역적, 귀납적 형식, 논문 형식을 빌려서 쓰면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쉽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굳이 이유를 따지면 그것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낯설어지면 뭐가 좋을까…없다. 그냥 그러고 싶다. 그래서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질문을 좀 잘하고 싶다. 바보같은 질문들속에서 희망을 찾기를 원한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질문이 없으면 느낌도 없다. 느낌이 없으면 질문도 없다. 감정을 소거한 일상에서 쓰여진 것, 또는 만들어지는 것들은 그래서 묻고 싶은게 없다. 맨날 억압당하고 시키는대로 하다보면 그렇게 된다. 묻고 싶은 게 있다면, 궁금한 게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나도 나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져, 도대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혹은 익숙한데 조금 다르다는 기분이 들어 구차한 변명이나 허물 없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