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원대한 꿈을 꾸며 도전하는 여정에서도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지식이 되고, 나의 앞 날을 열어줄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갓 마흔인 내게 이처럼 웅장한 질문에 답할 여력은 없지만 내가 믿고 있는 것은 경험이 기록될 때 그것은 비로소 하나의 무기가 된다는 생각이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사라진다. 쓰여진 경험은 유용하게 쓰인다. 가령, 여행을 간다는 의미는 단순히 장소와 시간의 영역이 아니라 그 시공간을 받아들이는 주체인 내 세계관의 확장의 문제다. 그 확장은 새롭게 접한 공간과 시간이 감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유로 이어져 글로 적히는 순간 완성된다. 나는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할 예시가 없다. 그래서 증명할 수 없다. 굳이 드러낸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열없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건, 내가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인들의 기록이 없었으면 그들의 경험은 그저 한낱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경험이 쓰여지는 것이 이처럼 보존과 전달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용자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1차적으로 생산자인 경험자의 효용에서 출발한다. 경험을 글로 담아내는 과정은 정말로 치열하다. 그 경험을 곱씹고 되새기고 정의하고 다시 바라보고 연관된 여러 사유와 지식을 결합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거나 싫거나 경험이 기록되는 것은 정말이지 내 머리와 가슴에 보이지 않는 문신을 새겨 나를 완성시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록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면 뭐라도 된다고 선인들은 말씀하셨다. 일기를 성심껏 꾸준히 적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저 그런 경험이 그 하나의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