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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un 28. 2024

심미안

누군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심미안’이라고 했다.

평생을 공부하면서 집 마당에 작은 정원을 꾸몄던 그는 어디서 가져왔다는 돌을 놓으면서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이야 말로 인생의 정수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수긍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못해 거의 피가 되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고 해도 작품을 보는 눈이 없으면 흥행에 실패한다.

큐레이터가 좋은 작품을 분별하는 안목이 없으면 그냥 취미 생활일 뿐이다.

좋은 터를 보지 못하면 살기 좋은 집을 고르지 못한다.

좋은 기업을 고르지 못하면 투자는 실패한다.

사람을 잘못보면 사기를 당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삶이 어색해진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다 좋아진다.

좋은 것을 좋다고 선택하는 것만으로 삶은 풍만해진다.

너무나 단순하다.

그렇다면 그 좋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혼자만 좋으면 다 좋은 것인가.

너무나 주관적인 이 사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할까.

하지만,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다.

주관에 객관성을 입히는 것.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공감이 적당한 지점의 교집합 안에 머물 때다.

가령, 숫자에 스토리를 얻어 설득력을 갖추면 탁월한 안목, 심미안을 갖췄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예로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존재를 연결해 일관성 있게 설명하는 것도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삶은 피아노가 아니라 자건거에 가깝다.

훌륭한 연주가가 되자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노력해서 얻는 과정이다.

누구나 넘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심미안이라는 것도 그렇다. 특별한 것이라기 보다는 관심과 노력의 산물이다.

문득 어느 순간 새롭고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만, 어쩌면 그것이 심미안이 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에 그냥 삶이 뒤숭숭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색바랜 옷을 입고 파티에 가는 것처럼. 그럴거면 집에 머물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하는 동물이다. 만들어진 안목에 우리를 끼워맞추는 것이 더 쉽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작은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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