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소비에서 해방되겠다고 결심한 뒤 나름대로 세운 철칙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첫 번째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릴 것⌟이다.
문자 그대로 새로운 물건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려야한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보았다. 구매욕구가 든다. 카드를 긁고 싶다. 그렇다면 갖고 있는 청바지 중에 하나를 버려야한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가방을 사고 싶다. 그렇다면 갖고 있는 가방 중 하나를 버려야한다. 하나를 구입하기 전에 하나를 버린다.
‘멀쩡한 걸 왜 버려’, ‘그거야말로 낭비 아니야?’,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이잖아’, ‘버리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언젠간 필요해’ ‘물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다다익선이라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집안에 방치해둔 물건은 99퍼센트 장롱에서 썩게 된다.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이면 버리면 안 된다. 버리기 아깝다는 건 다시 말해서 아직 쓸 수 있다는 뜻이고,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건 낭비이기 때문이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두고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의 대체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구입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친구J에게서 배운 철칙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친구J는 하나를 사면 갖고 있는 물건 중 하나를 버린다. 하나를 버릴 수 없으면 소비를 하지 않는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아낌없이 사용한다. 그 물건이 수명이 다해서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새 제품을 구입한다.
처음 이 규칙을 따르기 시작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은 스마트폰 덕분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너무 쉬워져서 자칫 넋을 놓고 있다가는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사실 얼마 전에도 새로 나온 운동화를 보고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멈췄다. 현재 갖고 있는 운동화 중 멀쩡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디자인은 새 운동화보다 덜 신선하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신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차피 새 운동화의 신선함이 주는 기쁨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다.
갖고 싶은 제품이 있는데 현재 갖고 있는 물건이 너무나 멀쩡해서 버릴 수 없다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그리고 갖고 있는 물건이 낡아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 때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것을 결제한다. 가끔 심심할 때 장바구니를 보면 과거에 이걸 왜 갖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그 물건들은 리스트에서 삭제를 누르면서 충동 소비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한다.
몇 달 전 문득 물건을 충동구매하지 않은 돈을 모으면 모두 얼마가 될까 궁금해졌다. 구매 직전까지 갔다가 멈춘 물건들의 금액을 파킹통장에 넣었더니 달의 마지막 날에 3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꽤 큰 금액이었다. 요긴한 돈이 모였다는 기쁨도 잠시 지금까지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낸 돈들이 이렇게 크다는 것이 정말 충격이었다.
이번 달도 구매 직전가지 갔다가 멈춘 물건들의 금액을 파킹통장에 넣고 있다. 아마 올해 끝에는 꽤 큰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종종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