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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Sep 24. 2019

첫 목욕, 첫 이별

D+57


결국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 둥이가 제주도로 떠났다. 몇일전 부 둥 꿈 공이 첫 목욕을 함께 시켰다.  태어나서 8주간 목에 메고 있던 인식 목걸이를 빼니 하얀 자국이 남아있 마치 반지를 뺀 손가락처럼. 따뜻한 물에 담가 엄마 뱃속에서 담아온 자연향을 빼고 인간의 향이 나는 세제로 뽀득뽀득 목욕을 시키고 드라이어로 잘 말려줬다.


목욕중인 부와 둥이


출생 후 아기견들은 체온조절이 안돼서 8주 이후에 목욕을 시키고 잘 말려주어야 한다는 지식인 말씀을 따랐다. 예쁘게 씻겨서 인식 목걸이를 빼고 넥타이를 매서 새 주인에게 보내려니 왠지 목에 남은 자국이 내 마음에 아릿하다. 지난 8주간의 시간들이 순식간에 스쳐간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꼬물꼬물 기어 다니다 네발로 일어서고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던 순간들을 기록해 두길 정말 잘했다. 안 그랬으면 망각의 시간 속으로 잊혀 버렸을게 아닌가?



아침에 학교 가는 둘째 아들과 찐한 이별의 포옹을 나누고 부둥 꿈공 다 같이 모여 앉아 오손도손 놀다 아빠견 별이 엄마견 달이와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갔다. 가을 햇살이 너무나 눈부시고 바람도 딱 좋다 싶었는데 둥이는 추운지 살짝 몸을 떤다. 맨날 집안에서 뛰놀다가 가을 아침 공기를 처음 접했으니 그런 것이리라. 제주도 바람은 더 쌜 텐데... 맨날 뭉쳐있던 형제들도 없고 엄마 아빠도 없이 잘 지낼까? 부디 새 주인에게 사랑받으며 너른 잔디밭에서 뛰어놀며 건강하가 자라길 빈다. 제주도에 가면 널 한번 꼭 만나러 갈게... 약속!


공항에서 새 케이지안에 있는둥이..슬퍼보여 ㅠㅠ


미국으로 가는 부와 동네로 가는 꿈이는 3차 예방주사와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고 10월 말에나 가기로 했다. 다행히 한 달여 시간을 함께 더 보내게 되었다. 한꺼번에 모두 떠나버리면 마음이 많이 허전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당^^ 둥아 제주도에서 잘 지내는지 사진이라도 부탁해~~ 보고 싶을 거야 많이.     


안녕 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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