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業 그리고 사람

by Jenny

하면 직업, 즉 생계(生計)를 세워가기 위(爲)해 일상적(日常的)으로 종사(從事)하는 일이다. 종교적으로는 전세에 지은 소행 때문에 현세에서 받는 응보, Karma라고 한다. 직업으로서 업의 개념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평생직업의 개념도 없어졌지만 로봇으로 대체돼 십 년 안에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매일 기사에 실린다. 이러하니 내가 현재 업을 가지고 있어도 과연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두드려 보며 인생 돌다리를 건너게 된다.


나 또한 전시 업에 종사하면서 이 일을 내가 몇 살 까지 할 수 있을 지의 고민을 20대부터 시작해 아직도 하고 있으니 참 질긴 인생의 업 Karma가 얽혀있긴 한가보다. 20대에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고 30대에는 늙어서 체력이 떨어져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40대에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며 평생직업을 찾아 헤매 다녔다. 하지만 50이 다 돼가는 지금도 아직 이거다 할만한 여생의 일을 찾지 못한 채 전시 업에 발을 붙이고 새로 시작한 일이 글쓰기다. 문제는 글쓰기가 과연 생계를 세워가기 위해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일이 될 수 있을지 하는 것이다.


지난 4개월 정도의 시간을 글쓰기에 집중해서 나름 꽤 많은 분량의 글을 썼다. 물론 작가로서의 소명이나 기대 따위는 없었다. 그냥 썼다 나를 위해. 나를 치유하는 목적으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글을 썼다. 그런데 책을 출간하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욕심도 생겨 나도 한번?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과연 내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생계를 세워갈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아직 내가 하고 있는 전시업에 미련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좋든 싫든 23년 오락가락하며 내 인생을 엮고 있는 일이다 보니 아직도 이 일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소중해서 그리고 생계를 연명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내가 잘했든 못했든 긴 시간 동안 나의 버팀목이 되어 준 많은 사람들 중에 특별히 세 사람 덕분에 아직도 전시 업의 연을 이어가고 있기에 이 글을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첫 번째 분은 나의 ‘사수 J 선배님’. 1996년 만났으니 23년 동안 나를 알고 지켜봐 주신 분이다. 결혼도 안 하시고 긴 세월 전시 일을 하시다 은퇴하시고 이제는 부처님 말씀을 들으며 열심히 수양 중 이시다. 아름다운 미모만큼 독특한 여인의 향기가 있으신 나의 사수님을 언제나 힘들고 답답할 때 찾아가 인생 상담을 한다. 그러면 항상 한결같이 들어주시고 내 마음을 보듬어주시니 이런 인연을 어디 가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부디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인생 선배님이 되어 주시길…

두 번째는 나의 첫 팀원이자 18년째 동료이자 현재 나의 회사 사장님인 J. 이렇게 한결같고 변치 않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거다.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고 늘 여유롭고 조용하다. 나처럼 성질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 밑에서 처음엔 엄청 개고생(?)을 했겠지만 그릇이 넓고 큰 인물이다 보니 한 번도 언쟁을 하거나 큰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 최근 이메일로 잠시 다른 의견을 얘기해 본 게 그나마 18년 동안 유일한 큰 소리? 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사람이 동료라는 건 큰 행운이다. 늘 내가 인정하는 건 청출어람이나 청어람이라^^ 나보다 훨씬 큰 그릇이라 그런 사람과 함께 아직도 일을 하고 있을테고 정말 감사할 일이다.

세 번째는 16년 전 팀원이자 지금은 함께 늙어가며 아이 키우는 동지 아줌마가 된 C. 바위를 타고 말을 타고 자전거를 타고 차도 타고 온갖 탈거리를 점령하러 다니는 쩌렁쩌렁 목소리의 여성이지만 한없이 섬세하고 눈물 많은 그녀를 어찌 동지라 하지 않겠는가? 나랑 참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센듯하면서 여리고 여린 듯하면서 강한 그녀가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주니 나는 늘 힘을 받는다. 일하면서 자식 키우면서 자신의 인생을 찾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의 동지에게 나 또한 응원을 보낸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아자!!

J 선배님, J 그리고 C 덕분에 전시 業의 업 karma를 못 끊고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는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 날이 오겠지? 그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부디 젊은 날의 전시 경험이 평생 즐거운 기억이 되어 나 또한 함께 한 사람으로 출연할 수 있기를 바라보며 세 사람에게 감사를 보낸다. “ 고마워요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