としての(도시테노)
#일본말 #한국어교육 #글쓰기 #좋은글
오늘은 글이 조금 깁니다. 마지막에 잔소리를 늘어뜨렸거든요. 미리 죄송합니다.
오늘 고칠 문장
[보기] 부속물로써의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1) ‘-로서’, ‘-로써’
[보기] 부속물로써의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고침 1] 부속물로서의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로써’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쓰이는 도구나 수단, 방법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부속물'에는 '로써'를 붙여야 할 것 같지만, [보기]에서 부속물은 ‘주인공’과 반대되는 지위나 신분을 빗댄 말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이 문장에는 지위나 신분, 자격을 나타내는 ‘-로서’를 써야 알맞습니다.
2)‘의’
[고침 1] 부속물로서의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고침 2] 부속물로서(의)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로써’, ‘로서’ 뒤에 '-의'를 붙여 쓰면 안 됩니다.
일본말 ‘노(の)’를 따라 하는 것이니까요.
‘-로서의’, ‘-로써의’는 일본말 ‘としての(도시테노)’를 직역한 것입니다.
‘-에서의, -에로의, -과의, -와의…’
모두 일본말투입니다.
우리 글에서는 ‘의’를 뺄수록 뜻이 살아납니다.
3) 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글
[고침 2] (나는) 부속물로서 삶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고침 3] (나는) 부속물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살고 싶다.
[고침 2, 3] 문장 앞에 ‘나는’을 넣어보세요.
어떤 문장이 더 또렷한가요?
[고침 2]처럼 쓰면 뜻을 얼른 알 수 없습니다. 읽는 사람의 눈이며 생각도 '삶'이라는 낱말에 치우치기 쉽죠.
[고침 3]은 읽으면서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이런 것이죠.
부속물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살고 싶다.
'모호한', '오묘한' 글.
우리 말로는 '흐릿한' 글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의' 쓰기를 좋아합니다.
초점이 안 맞는 안경을 끼고 사람을 보면 잡티가 사라지듯, 글을 흐리멍덩하게 써서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죠.
내용보다 어떤 단어들을 써야 글이 더 예쁠까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떳떳한 사람은 글을 또렷하게 씁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알기 때문입니다.
한낱 '글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 행동, 글, 노래, 그림, 춤...
이 모든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한낱 '글쓰기'가 아닌 것입니다.
이제, 일본말 '-의'를 걷어내고 진짜를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