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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Oct 14. 2024

동경의 대상

말이 곧 태도가 된다.

나이가 찰수록 말이 곧 태도가 된다는 생각에 힘이 실립니다. 마치 뭔가 있는 듯이 말이나 글로 신비감을 주지만, 가만히 듣거나 보고 있자 하면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일 때가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말과 글 뒤에 숨기를 좋아합니다. 


어른이라면 적어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과 글에 책임을 져야 하고요. 몸만 자란 어른이 아니고, 마음도 자란 어른이라면 말이죠.


일본말, 중국말에 가린 참된 내 생각과 마음을 자꾸 꺼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오늘 고칠 문장

그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어.




1) 누가 하는 말인가. 누구의 생각인가.


[보기] 그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어.


[고침 1] 그는 내가 동경하는 대상이었어.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느낌을 받은 사람이 ‘나’ 일 때는 ‘내가’라고 해야 자연스럽습니다. [보기]처럼 ‘나에게’를 쓰면 내가 주체가 아니고, 밖에서 영향을 받아 내가 그렇게 된 것으로 비치죠. 


사실 ‘나에게’ 하나만 놓고는 문제가 안 됩니다. 뒤에 쓴 ‘동경의’ 때문에 앞말도 나쁜 물이 들었다 할 수 있죠. 


전에도 말했고 앞으로도 잔소리하겠지만, 일본말투로 쓰는 조사 ‘-의’는 문제가 많습니다. 글자 하나가 우리 말법을 어지럽히고, 글의 뜻을 아리송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경의’를 ‘동경하는’으로 고치면 안갯속에 가린 뜻이 드러납니다. 누가 누구를 동경하는지 뚜렷하게 나타나죠. 다시 [보기] 글을 보시죠.


[보기] 그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어.


일본말투를 우리말에서 쓰면, 중요하지 않은 문장도 마치 숨은 뜻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문장이 감성을 일으킨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도 일본 만화나 영화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고치느라 지금도 애먹고 있고요.


더 심하면 자기가 일본말투를 쓴다는 걸 모르고 삽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면서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하죠.




2) 사람을 사람이라 하지 못하고


[보기] 그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어.


[고침 2] 그는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었어.


‘대상’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말뜻을 알고 쓰기 때문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억지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이고 물건인지 알 때는 ‘그 책’, ‘그 사람’, ‘동생’, ‘보호자’, ‘고양이’처럼 밝혀 써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기]에서 ‘대상’이 가리키는 건 ‘그’입니다. 사람이죠. 따라서 ‘사람이었어.’하면 더 또렷하고 정감 있는 문장이 됩니다.


덧붙여, 저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아니면 되도록 ‘대상’을 쓰지 않습니다.


ㄱ. 당신은 이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ㄴ. 이 논문의 연구 대상은 학생입니다.

ㄷ. 이 식물은 좋은 실험 대상입니다.


그는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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