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글도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못된 글에 익숙한 탓입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좋은 문장이라면 주체가 바로 서야 합니다.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소리인지 읽는 사람이 바로 알아야 좋은 글입니다.
교수님이 자료를 전달했으면 한 것이지, 왜 ‘전달되다.’ 또는 ‘되어지다.’ 같은 입음꼴을 쓰는 걸까요?
여러 까닭이 있지만, 오늘 문장에서는 한자말 ‘통해(涌-)’ 때문입니다.
[고침 1]처럼 ‘통해’를 그대로 두면 내가 자료를 받은 것이 아니라 준 것이 됩니다.
따라서 [고침 2]와 같이 우리말 ‘-이’를 써서 ‘전달했습니다.’와 짝을 이루면 뜻이 또렷해지죠.
이밖에도 ‘통(涌)’이 깔고 앉은 우리 말이 많습니다.
‘누구를 통해’, ‘무엇을 통해’하고 쓰느라 우리 말 ‘-으로’, ‘-에서’ 따위를 잃어가고 있죠.
‘-으로’는 어느 쪽, 방향을 나타내는 우리 말입니다. 보통 무엇과 무엇이 영향을 주고받는 움직임이 일어나거나 이어짐, 또는 과정을 나타낼 때 씁니다.
ㄱ. 이 문제는 상호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 협력으로)
ㄴ.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
(→ 여행으로)
ㄷ. 이 길은 역과 역을 통해 이어진다.
(→ 역으로 이어진다.)
ㄹ. 거울을 통해 본 나는 몹시 초라했다.
(→ 거울로)
위의 보기들처럼 ‘통해’를 버리고 ‘-으로’를 쓰면 뜻이 더 살아납니다.
(ㄱ은 ‘이 문제는 서로가 힘을 모아 해결할 수 있다.’ 하고 한번 더 고치면 좋겠네요.)
이런저런 토씨(조사)를 모두 ‘통해’로 뭉뚱그리면 글맛이 떨어집니다. 다양한 우리 말을 써야 글이 더 솔직하고 풍성하죠.
통해가 밀어낸 우리 말 ‘-에서’도 알아볼까요? '-에서'는 ‘곳’을 나타낼 때 씁니다.
곳이라 해서 꼭 형태가 있는 장소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나 개념일 수도 있습니다.
아리송하다면 아래 보기들이 도움이 될 거예요.
ㄱ. 인터넷을 통해 새 친구를 사귀었다.
(→ 인터넷에서)
ㄴ. 친구를 통해 좋은 소식을 들었다.
(→ 친구에게서)
ㄷ. 이 업계를 통해 유명해졌다.
(→ 업계에서)
ㄹ. 1980년 음악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 음악에서)
우리는 위에서 자료를 누가 누구한테 준 것인지 알 수 있게 ‘전달되었습니다.’를 ‘전달했습니다.’로 고쳤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또렷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주다.’입니다.
이처럼 ‘전달하다.’는 글의 흐름에 따라 ‘전하다.’, ‘알리다.’, ‘주다.’하고 고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교수님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