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잘 쓰고 있죠?

by 김보영

어설픈 내 글, 그 까닭은?


딱 집어내기는 어려운데, 내가 쓴 글이 어딘가 어설프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느낌이 옳을 것입니다. 그 문장은 고치는 게 좋습니다.


왜 글을 쓸 때는 평소와 다른 말투로, 잘 쓰지도 않는 낱말과 표현을 늘어뜨리는 걸까? 왜 외국사람이 쓴 문서나 논문, 책에서 따온 글이 우리말로 바뀌면 어설프다 못해 촌스럽거나 어려울까? 모양만 한글로 썼지 끝내는 외국말법을 따라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가 쓴 희곡《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희곡이니 인물마다 대사가 주어지는데, 이렇습니다.


미겔: 어쩌면 자신의 비참함이 너무 괴로워서 우리 앞에서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비밀리에 극복하려고 노력했을 거예요.


저라면 이렇게 고치겠습니다.


고침: 어쩌면 너무 끔찍하고 괴로워서 우리 앞에서는 관심 없는 척하고 뒤에서 혼자 이겨내려고 했을 거예요.



한글은 누구를 위한 글자인가


처음부터 한글은 지식을 뽐내라고 만들어진 글자가 아닙니다. 못 배운 사람도 읽고 쓰고 말하면서 살라고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사람들이 살만 해지니까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많고, 써먹고도 싶을 것입니다. 그 거품은 유난히 '글쓰기'에서 두드러집니다. 말할 때와 다르게 글에는 한자말과 서양말을 너무 많이 씁니다. 우리말에는 없는 표현이나 그 나라의 문화에서만 엿볼 수 있는 개념이나 전문 용어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글이 말을 앞지르지 않게


우리말을 쓸 때는,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와닿고, 가닿으며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입으로 말할 때도 한자말, 서양말을 쉽게 쓰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글이 있기 전에 말이 있었기에, 그나마 숨이 붙어 있던 우리말은 이제 매우 아슬아슬합니다. 글이 말을 앞지르고 말을 글 쓰듯이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라지 못한 우리말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 좋은 내용을 읽는 사람이 제대로 머리와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자면 한자말, 일본말, 서양말 말고 우리말을 구태여 찾아 써야 합니다. 조선 초기에는 양반 사대부가 한글을 낮춰 봤고,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어를 써야 했으니까 우리말은 더 생겨나지도 못하고 쓰던 말들도 잊어버렸습니다.


태어나고 자라지 못한 우리말. 잃어버린 우리말.

그 말들을 내가 알고 있다면 더 넉넉하고 생생한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아쉽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맞춤법보다 더 중요한 건 태도


《마지막 글공부》를 꾸준히 읽은 분이라면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 부호 쓰는 법을 눈으로나마 익혔을 겁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글을 쓴 나도 틀리는 건 또 틀리고, 맞춤법 검사 기능을 안 쓰면 영 맘이 놓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까짓 거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 틀리면 어떤가. 맞춤법 검사 기능에 좀 기대면 어떤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뽑아낸 말뚝들, 그리고 다짐


내가 쓰고 하는 말에 한자말·일본말·서양말이 말뚝처럼 깊이 박혀 있는데, 그걸 몰랐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말과 글은 그저 그런 게 아니라, 내 생각이고 태도가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나는 이 나라 사람으로서, 나답게 생각하고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난 삼 년 동안 내 안에 박힌 엉뚱한 말뚝들을 뽑아왔습니다. 그 말뚝들을 앞으로 이어질 글들에 보여드리려 합니다.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우리말이 있음에 고마운 사람.


내일 여기서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