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 3막 1절 – 틈을 벌리다
쇠파이프가 아스팔트에 삽입됐다.
한 명이 밀고, 또 한 명이 누르고,
누군가는 맨발로 진흙을 디디며 뒤에서 지탱했다.
“더! 좀만 더! 벌어져요!!”
청년은 이를 악물었다.
파이프는 조금씩, 정말 조금씩
아스팔트의 틈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의 다리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다.
최승일은 여전히 노인을 끌어안고 있었다.
물은 그의 허리까지 차 있었다.
몸은 떨리고, 입술은 파랬다.
하지만 손은 단 한 번도 노인을 놓지 않았다.
“형! 지금 틈 더 벌어졌어요! 당겨봐요!”
최승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팔을 더 깊게 넣었다.
노인의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깊이 넣고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뺐다.
미끌.
노인의 상반신이 물 밖으로 더 나왔다.
허리는 빠져나왔고,
이제 두 다리만 남았다.
“다리 움직여요? 뻣뻣해요?”
“모르겠어요. 감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사람들은 다시 파이프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공업사 안의 철제 공구까지 동원됐다.
망치, 드라이버, 수레받이.
모든 게 구조도구였다.
“한 번 더! 세 명 더 붙어요!”
그 순간,
벌어진 틈 사이로
누군가 손을 넣어 노인의 발목을 감쌌다.
바지 끝자락을 살짝 비틀며,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움직인다! 움직여요!”
최승일은 다시 팔에 힘을 줬다.
그리고 노인의 몸을 뒤로 눕히듯
천천히 뒤로 당겼다.
‘툭.’
발목이 빠져나왔다.
뒤이어 반대쪽 다리도.
두 다리가, 드디어 맨홀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들의 눈앞에,
흠뻑 젖은 노인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심장 뛰어요… 숨 쉰다…”
한 시민이 노인의 가슴에 귀를 댔다.
“119 왔어요!!”
누군가 외쳤다.
멀리서 구조대의 빨간 불빛이 번쩍였다.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구도 젖은 몸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만이
모두의 숨을 돌리게 했다.
최승일은 노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노인의 손가락이, 아주 작게 떨렸다.
살아 있는 증거였다.
다음은 3막 2절 「감싼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