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손길이 남긴 흔적은
� 3막 3절 – 남겨진 사람들
다음 날,
비는 그쳤다.
거리는 진흙투성이였다.
무너진 담장, 엎어진 쓰레기통,
물에 젖은 가게 진열대와
어디선가 떠내려온 신발 한 짝이
그 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증언했다.
공업사 앞은 조용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입구의 모래포대는 흩어져 있었다.
최승일은 말없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무릎엔 보호대가 감겨 있었고,
손엔 아직 물집이 남아 있었다.
그때,
한 중년 여성이 아이 손을 붙잡고 들어왔다.
그의 눈은 이미 울었던 자국으로 젖어 있었다.
“저… 혹시 어제 구조하신 분…”
최승일은 고개를 들었다.
여성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 뒤로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전날, 맨홀 속에 갇혀 있던 바로 그 사람.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두 손을 합장하듯 모았다.
최승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도 따라했다.
작은 손으로 합장을 하듯 두 손을 모았다.
엄마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엄마, 이 아저씨가 할아버지 살렸어?”
여성은 눈물을 훔쳤다.
“네. 맞아. 이 아저씨가 살렸어.”
그 말에,
공업사 안에 있던 직원들도
하던 일을 멈췄다.
누군가는 창문을 열고 바라봤고,
지나가던 택배기사도 발걸음을 멈췄다.
그 날,
그 시간,
그 거리에서 벌어졌던
작은 용기의 기록이
비로소,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 날 밤.
SNS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
<나는 그날,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일 수 있는지를 다시 배웠다.>
목격자
짧은 글이었다.
그러나 그 글은
몇 시간 만에 수천 번 공유되었다.
댓글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쩌면,
그 누군가는 바로 내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최승일은 그 글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을 내려두고,
조용히 작업복을 다시 입었다.
밖에선,
햇빛이 조금씩 비추고 있었다.
오랜만의 햇살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