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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um Aug 06. 2024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써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 영화, 자기 계발, 요리 등 수많은 분야 중 하나에 올인해야 구독자가 많은 인기 작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러한 전문분야가 딱히 없습니다. 영화 리뷰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보기도 했지만, 저의 산만한 호기심괴 오지랖 때문인지 특정 한 분야보다는 세상만사가 다 저의 관심사입니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 저에게도 청운의 꿈이 있었습니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작가들이 주로 소설가들이었기에 저도 그들처럼 깊은 메시지와 견고하게 짜여진 구조와 스토리를 가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꿈이었죠. 그러나 소설작법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공부도 하고 습작도 여러 번 해보았지만 역시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수 문학을 하기에는 재능뿐만 아니라 진지한 성찰력과 인내와 열정, 성실함 또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 시, 희곡 등 순수 예술 분야의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상당 부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밖의 글쓰기는 평균적인 지식과 교양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잘 짜여진 구조와 메시지가 있는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을 꾸준하게 써보자는 것이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제가 정했던 목표입니다. 그 목표에 있어서 소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다양한 소재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제가 글쓰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글쓰기를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에 대해서 시작한 것이 그다음에는 영화, 일상, 육아와 교육, 다이어트 그리고 글쓰기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 저의 브런치북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호응이 높은 것은 다이어트에 대한 것입니다. 브런치팀에서 에디터픽으로 선정해 주셔서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노출된 덕도 있겠지만 누구나 관심이 있는 분야이며 실질적인 정보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은 거겠지요.




 작년에 중년의 나잇살과 분투하며 다이어트를 했었는데 그 짠내 나는 경험을 글로 남겼습니다.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안 그래도 저는 스페셜리티가 없는 작가인데 갑자기 다이어트에 대한 글이라니 너무나 생뚱맞지 않은가, 대놓고 자극적이고 인기 있는 소재로 조회수와 구독자수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들이었죠.

 '자신이 겪은 시간을 글로 남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작가다'라는 문장을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다이어트를 감행하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과 희열을 경험하였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과 기쁨도 컸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을 그렇게 놓쳐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부질없는 걱정보다는 그 뜻깊은 경험과 소회를 독자분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컸기에 즐겁고 신나게 다이어트에 대한 브런치북을 썼습니다.


 글쓰기의 장점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소재를 가리지 않고 무엇에 대해서든지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생을 몇 배로 즐길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쓰는 삶은 자신이 경험한 시간을 붙잡아 아름답게 남기는 삶입니다.


 저는 아직도 전문분야 없는 시답잖은 작가로 살고 있지만 지금의 이 삶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오늘도 내일은 또 무엇을 쓸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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