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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Oct 08. 2021

Prologue: 회사 밖은 지옥?

나와 보니 제법 살만하더라

"회사 밖은 지옥이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서는 그랬다.

직장생활이 힘들어 그만두고 나왔더니, 밖은 지옥이라고. 그러니 웬만하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서 버텨보라고.

그래서 나도 최대한 버텼던 것 같다.

웹툰 <미생>의 한 장면

회사일에  한 몸 받쳐 모든 것을 부었던 첫 직장에서 내가 얻은 것은 '번아웃',

그다음 이직해서 들어간 두 번째 직장에서는 나름 '애사심 뿜뿜 넘' 어깨에 힘주고 다지만(명품 브랜드의 첫 창립멤버로 입사했었더랬지)... 내 커리어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회사'만을 위해 모든 게 돌아가는 상황에 지쳐 사표를 냈다 퇴사와 함께 화병을 얻었.

삼세판이라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직장생활을 시도해보기 마음먹었는데. 이번에는 중구난방인 경력들로 저분해진 내 이력서를 받아주는 회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사히도  받아준 세 번째 직장에서(토록 힘들게 들어갔건만...) 앞의 두 회사에서 겪은 일들이 데자뷔처럼 반복되었다.

그제 오래도록 마음속에서만 품고 있던 '퇴사 후 대학원 준비 카드'를 내밀었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사로부터 '얼마 해보지도 않고 그만둔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뭘 해도 실패할 거다'라는 내 인생의 고의 악담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진정 내 커리어는 실패한 건가, 이렇게 난 '실패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가.

그렇다고 대충 살아온 인생도 아니었는데. 회사를 다니는 동안 한시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매 순간 치열했던 게 억울했다.


열심히 해도 힘들다는 건 '내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사회 부적응자'라서인건 아닐까란 생각 수천 했던 것 같다.


퇴사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내 인생 첫 실패의 인정이기도 했다.

사회 정해놓은 인생의 코스를 성실하게 따르  '범생이' 자라왔 내가 저지른 초의 일탈이자 반항이었다.



리고 2022현재.

퇴사 대학원 입학 및 졸업을 거쳐 이제 n차 프리랜서 영어 통·번역사 일하고 있다.


처음에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이번에는 또 어떤 인생의 풍파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긴장다. 그런데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해온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프리랜서 시장'에 흘려보내 있었다. 렇게 나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느새 프리랜서가 되.


그런데 웬걸. 최악을 기대해서였을까. 회사 밖은 지옥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눈치 보고, 참고, 이런저런 일들을 수습하느라 애간장 태우숨이 턱턱 막히던 회사생활에 비해 (대학원 교육과 아르바이트 경력으로 차근차근 장한 프리랜서에게) 회사 밖은 '지옥'은커녕 오히려 '지상낙원'에 가까웠다.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하고, 무리한 것 같다 싶을 때는 잠시 그만하고 쉴 수 있다.

물이 들어오면 열심히 노를 젓고,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물 흐르듯 살아가지금의 내 인생이 그 어느 때보다 만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만 같아 '이런 삶도 제법 괜찮은데'란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렇게 대단한 일을 내가 맡아도 되나?'싶을 정도로 그럴듯한 일을 의뢰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진척시키고 별 탈 없이 잘 마무리하나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도 깜짝 놀라곤 한다.


회사만이 정답인 줄 알고 참을 인자를 세기며 스스로의 부족함만을 탓하던 과거 직장인 시절의 나보다

회사 밖에서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는 지금의  훨씬 .

상사나 팀원에게 눈치 볼 일 없이 온전히 일에만 에너지를 쏟았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하루하루 새로운 일을 맡아 '일이 끊기지 않는 '계속 갱신 중이다.

한때는 '난 왜 이렇게 예민하고 남들보다 나약할까'하며  자존감이 낮았는

이제는 '맡은 일 하나는 어떻게든 잘 해내는' 나 자신이 제법 멋져 보이기까지 하다.


이제는 안다.

반드시 '회사'/'직장'만이 표준이 아니며, '퇴사'/'프리랜서'가 평범의 범주를 벗어난 일탈은 아니란 걸.

누군가에겐 퇴사와 프리랜서로의 전향이 '차선책'이 아닌 '최선'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에는 회사 안팎에서 파란만장한 날들을 보낸 끝에 프리랜서 영어 통·번역사가 되어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살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부디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혹은 재미나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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