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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레모스 Jun 23. 2024

국영수 사교육 안 하는 초6의 일상

초6의 1달 사교육비 다 합쳐서 16만원

1. 엄밀하게 말하면 기특이는 사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공교육 외에 부모의 돈을 써서 하는 교육이 사교육이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초6이라면 꼭 하는 국영수 사교육은 안 합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좋아해서 학원에 가거나 과외에 가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겠죠? 저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특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역시나 체육이고 요즘은 뮤지컬/우쿨렐레/미술/실과 등의 수업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국영수는 정말 'ㄱ'도 안 나옵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사교육도 아직은 예체능에 몰려 있습니다. 


2. 그럼 국영수 사교육을 안 받는 기특이의 일주일 일상은 국영수 사교육을 받는 다른 초등학교 6학년과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이 하루에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학원을 얼마나 자주 무엇을 다니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도 대략 느낌으로는 일주일에 3-4번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니고 하루 평균 1-2시간은 해당 교육을 위한 공부나 숙제에 시간을 쏟는 거 같더라구요. 예체능만 다니는 기특이의 일주일을 한 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월요일: 

- 6교시 수업

- 학교에서 하는 티볼 수업 40분

화요일: 

- 08:00-08:40 아침의 기적’(학교에서 하는 스포츠클럽)

- 6교시 수업

- 16:00-17:00 소그룹 수영(청소년센터)

수요일: 

- 5교시 수업

- 17:00-18:00 유럽식 연극수업

목요일: 

- 08:00-08:40 아침의 기적’(학교에서 하는 스포츠클럽)

- 6교시 수업

- 16:00-17:00 소그룹 수영(청소년센터)

금요일: 

- 6교시 수업

- 17:00-19:00 탁구 수업(청소년센터)

토요일: 

- 뜨개교실(청소년센터)



3. 이런 일상을 보내는 기특이의 1달 사교육비를 정리해 보았어요. 

청소년센터 수영: 55,000원(원래 11만원인데 청소년이라고 50%를 할인해 주더군요)

유럽식연극수업: 40,000원

뜨개교실: 65,000원(수업료 + 재료비) 

다 합쳐보니 기특이 한 명에게 우리는 월 160,000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습니다. 보통 신문에 종종 나오는데 정확하게 알기 위해, 대한민국 초등학생 사교육비를 보통 얼마정도 쓰는지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4. 흥미로운 건 기사의 타이틀입니다. 

“아이 맡길 곳 없는 학부모“ 같은 부모 입장에서는 사실, 흥미롭다기보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저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일하는 부모니까요. 어쨌든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로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을 해결해야 하는 부모도 많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초등학교 전체 학생의 사교육비는 39만8000원으로 전년대비 2만5000원, 6.8% 증가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평균 사교육비는 46만2000원으로 2만5000원, 5.7% 증가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5350314


이 뉴스를 보면 저희 집은 평균대비 1/3 정도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특이가 1학년 때는 저 역시 학교 돌봄에 보내고 거의 매일 방과후에 보내는 방법 등으로 아이의 일정을 어떻게든 채워보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2학년 때부터는 코로나가 시작되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지 어느덧 5년입니다. 재택근무 덕분에 저는 전보다 더 바빠졌지만 아이는 어떻게든 "학원 뺑뺑이" 없이 다른 방법으로 일과를 보낼 수 있었으니, 참 운이 좋고 감사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5. 또 다른 기사는 지역과 부모의 소득, 아이의 성적에 따른 사교육비 비율을 알려주는데요. 서울과 전남(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합니다)을 비교하며 전남은 서울의 거의 절반 수준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하니, 어느 동네 어느 학교를 다니냐에 따라 사교육비 차이가 무척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너무 예측 가능하게도 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그리고 아이의 성적이 좋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높아진다는군요. (부모의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차이는 다소 충격적이네요. 자세한 건 기사를 참고하시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315500210


6. 국영수별 사교육비도 궁금해 찾아보니, 생각보다 영어에 들이는 돈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당연히 수학이 제일 많을거라 생각한 건 저의 편견인가요?)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과목은 영어로 참여학생 기준 24만 8000원이었다. 그 뒤로 수학 23만 3000원, 국어 14만8000원, 사회과학 13만 7000원 순이었으며 전년 대비 국어(8.2%), 사회과학(7.4%), 수학(5.9%), 영어(5.0%)순으로 늘어났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7. 그럼 슬슬 궁금하실거에요. 사교육은 안 한다쳐도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학교 공부 등을 해나가는지에 대해서요. 그래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특이는 이름처럼 기특하고 감사하게도 혼자 학교 생활을 지난 6년간 정말 씩씩하게 잘 해온 편입니다. 


국어

- 문제집: 딱 1권 풀어봄

- 독서 훈련: 학교나 센터, 도서관에서 하는 그림책 교실, 독서 프로그램은 시간되는대로 기회 닿는대로 신청해서 다니게 함

- 하루 책 읽는 시간 평균 1시간(책을 안 읽는 날은 거의 없음)

- 책읽기 투자: 개똥이네 전집 구독: 1년간 진행(연간 약 30만원 초반 대)

- 책 빌리러 도서관에 한 달에 1-2번 꼭 감

->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수학도 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하던데, 학교 공부를 혼자서 누구 도움없이 알아서 해나갑니다. (한글도 그래서 스스로 6살 말에 뗐습니다)

- 미디어보다 책을 좋아합니다

- 사고력은 좋아 보이는데 글쓰기는 딱히 관심 없습니다


수학

- 문제집: 3학년 때부터 새학년이 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아이와 문제집을 같이 골라 풀게 했으나, 단 한 번도 다 풀어본 적이 없이 남은 분량을 아까워하며 학년이 바뀔 때마다 울며 겨자먹기로 문제집을 버림 

- 올해는 어떻게든 풀어보게 하려고 하루 분량을 풀어 올 때마다 천 원씩 용돈도 주고 있습니다. 과연 잘 될까요? 

- 학교 공부는 잘하는데 아직까지 문제없이 해나가고 있는데,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문과생인 덕분이겠죠?) 


영어

- 교과서 공부: 3학년 되기 전 2학년 겨울방학 영어교과서를 미리 구해서 알파벳 다 외우게 하고 2과까지 같이 공부함(갑자기 3학년부터 영어 과목이 생긴다고 해서 깜짝 놀라서) 

- 구몬영어: 초등학교 3학년 때 1년간 구몬영어를 했는데, 매주 학습지를 꾸준히 푼다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중단 

- 화상영어: 2023년 약 6개월 정도 필리핀 화상영어 선생님과 일주일에 3번 25분 줌으로 대화, 즐겁게는 하는데, 크게 실력이 느는게 보이지 않아 중단

- 홈스쿨: 올해 초 영어단어장 사서 작심삼일로 단어 외우다 말다를 반복 중



8. 눈에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느끼시겠지만, 이 세 가지 중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영어입니다. 저 자신이 영어를 좋아하기도 했고 국내파치고는 영어를 잘해서 지금껏 외국계 회사만 다니며, 어쨌든 먹고 살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가장 실용적인 배움이라고 믿는거 같아요. 





9. 정리하자면 기특이는 "국영수 관련 사교육은 안 하지만, 홈스쿨은 띄엄띄엄 하고 있다"입니다. 부모가 전혀 봐주지 않고 아이들 혼자만의 힘으로 학교 공부를 알아서 잘해나가기에는 대학민국 초등학생의 공부량과 수준은 만만치 않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요청할 때 도와주고 때로는 먼저 챙기기도 하며, 6년을 보내왔습니다. 


10. 저는 사교육을 절대 안 시키겠다 주의는 아닙니다. 오히려, 엄마에게 와서 같이 곧 수행평가가 있으니 좀 봐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때로 벅차고(종일 일에 시달리는 걸로도 이미 모든 에너지를 썼기에) 꾸준하게 해주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내가 바빠서, 아이들이 뺀질대서도) 학원에 가거나, 대학생 선생님과 과외 같은 걸 시켜주고 싶을 때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사교육과 이렇게 멀리 있냐구요? 


11.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답이 제일 가까울 거 같네요.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우리 기특이가 중학교에 가서도 학원에 다니지도 과외를 하지 않고 끝까지 갈지, 중간에 경로를 틀고 변화를 꾀할지 저 역시 무척 흥미진진하고 궁금합니다. 다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오늘 기특이와의 하루에 집중하고 원하는 것을 해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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