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함'의 권력

이 시대 치외법권자들

치외법권 [治外法權]
외국 원수, 외교 사절 등이 체재하고 있는 국가의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고 본국법의 적용을 받는 권리  
- 네이버 사전-

그러나 그것으로 치외법권의 수혜자가 제한된다고 알고 있다면 오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외로 매우 가까운 곳에서 치외법권의 권리를 누리는 이들을 쉽게 만난다.
 

주취자...

그림=일러스트 작가 '여는'

빛과 생동감을 잃은 시야, 연체동물에 비할 수 있을 만큼 흐느적거리는 하체, 오버 잇과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침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줘야 치외법권자로서 외형상 자격을 갖췄다고 보게 된다.
 
그들이 누리는 혜택은 이렇다. 우선, 경관에게 정성스럽고 살뜰한 대우를 받는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치외법권이 빛을 발하는 대목은 여기 있다. 욕설과 행패를 부려도 사법권이 그다지 미치지 않는다는 것. 이성과 감성이 마비된 그들에게 어떠한 설득ㆍ훈계ㆍ협박도 부질없는 짓. 이렇게 그들은 무서운? 경관 앞에서도 넘어서는 안 될 자유를 범하면서도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요즈음 현장을 보면 치외법권의 혜택을 받는 주취자들이 줄어가고 있는 듯하다. 법질서 확립을 우선하는 '트렌디 경관'에게 관용은 사치로 다뤄진다. 그래서 1시간여 엎치락뒤치락 경찰과 입씨름했던 모습보다 수갑 찬 그들을 종종 보게 된다.

말하자면 만취한 지위를 이용해 시민과 경관에게 시비하고 욕하는 치외법권자들은 행동반경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과 그리고 모든 경찰관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쩝.. 그런데...
 
치외법권의 권리를 누리는 이들 중 흔히 '소외'된 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어찌어찌 그들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는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