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lisopher Sep 18. 2020

슬픈 마네킹

그렇다고 우리가 마네킹인 것은 아니다




신임 303기 수업이 한창이다. 알다시피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엔 코로나 방역 체계를 기본적으로 갖춘다. 여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앙경찰학교 강의실 어디를 가더라도 신임 경관들과 교수 사이를 투명 칸막이가 막는다. 방역을 위한 거리 두기 조치는 이렇게 척척 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들도 마스크를 쓰고 나도 마스크를 쓴다. 투명 스크린 너머 총기 어린 눈을 반짝이는 그들을 본다. 누가 누군지 모른다. 종종 마스크를 내린 경관을 보면 놀랄 때도 있다. ^^


나의 시선에서 수십 명의 젊은 경찰이 쇼윈도에 갇혀 있다. 그들의 시선에서 나 역시 그런 모습 일터, 하지만 그들도 나도 마네킹은 아니다.


시민은 경찰을 구경한다. 토사물에 범벅된 술 취한 자를 과연 어떻게 깨워 보낼 것인가. 뒤엉켜 주먹다짐 중인 젊은 이들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구경꾼에겐 오로지 흥미진진할 뿐.


코로나 지배 속 신임 경찰들은 그렇게 보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투명 칸막이 안에서, 마네킹은 아니지만 그것들처럼 무방비로 구경되고 평가받듯이...






이전 08화 휴머니스트 없는 휴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