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앞바퀴에 숨겨진 기술)
by 엔너드 EngNerd
#코너링 #애커먼조향장치 #4절링크 #기구학 #공학 #과학 #기술 #과학기술
누구나 있었던 초보운전자 시절, 코너에 진입할 때 핸들을 언제 감고 풀어야 하는지 고민해보신 적이 있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초보운전자는 바퀴가 4개인 차의 코너링에 익숙지 않을뿐더러 차폭감이 없어서 의외로 코너를 도는 게 쉽지 않죠. 그런데 혹시 '코너를 돌 때는 크게 돌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코너에 진입하자마자 핸들을 꺾으면 예상한 것보다 차가 많이 꺾여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에 숨겨진 뜻밖의 기술을 탐구해보았습니다.
초보자들은 예를 들어 코너에서 좌회전을 할 때 운전자의 왼쪽에 회전축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차들이 핸들을 꺾으면 앞바퀴가 좌우로 움직이는 2륜 조향 시스템(2 wheel steering; 2WS)의 전륜조향 방식이죠. 뒷바퀴는 그대로 있습니다. 따라서 차의 회전축은 위 그림처럼 운전자 옆이 아니라 뒷바퀴 축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위 그림처럼 말이죠.
코너를 돌 때 차의 회전축을 잘 생각해보면 언제 핸들을 꺾어야 하는지 감이 올 겁니다. 위 그림과 같이 코너에 진입하자마자 꺾으면 차선보다 더 빠르게 꺾이는 문제가 생깁니다. 대신 차의 뒷바퀴가 코너를 진입했을 때 꺾으면 차선에 맞춰서 코너를 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운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늦게 핸들을 꺾어야 합니다. 이걸 초보자들이 느낌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크게 돌라고 표현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핸들을 꺾어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 앞바퀴가 같은 각도로 회전할까요? 그렇다면 위 그림처럼 왼쪽과 오른쪽 바퀴의 회전축이 동일하지 않아 각각 다른 경로로 회전하여 바퀴가 미끄러질(slip)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앞바퀴가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이는 대신 같은 회전축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장치가 바로 애커먼 조향장치입니다 [1].
애커먼 조향장치(Ackermann steering geometry)는 위 그림처럼 바퀴 사이에 막대(또는 링크; link)가 3개 더 추가됩니다. 가운데 막대가 좌우로 움직이면 바퀴도 함께 움직이는데, 바퀴와 연결된 막대의 길이 및 각도에 따라 좌우 바퀴가 꺾이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자동차의 네 바퀴가 항상 동일한 회전축을 가지며 코너를 돌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애커먼 조향장치는 오래전 개발된 간단한 기술이며, 현재 자동차에는 애커먼 조향장치의 원리를 응용함과 동시에 여러 운행 조건을 고려한 기구가 사용됩니다 [2]. 또한 위 그림을 보시면 뒷바퀴의 회전 반경이 앞바퀴의 회전 반경보다 작은데, 이는 후방주차가 전방주차보다 쉬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3].
이렇게 자동차 앞바퀴에 의외의 기술이 숨겨져 있는 걸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애커먼 조향장치처럼 막대(또는 링크) 4개가 서로 연결된 구조를 기구학(mechanism) 관점에서는 4절 링크(4-bar linkage)라고 부릅니다*. 4절 링크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계에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평행사변형 메커니즘(parallelogram mechanism)을 갖는 4절 링크는 운동(motion) 중에도 막대의 방향이 유지됩니다. 이를 가장 잘 응용한 제품이 모니터암, 태블릿 거치대 등이죠**. 아래 그림과 같이 4절 링크 덕분에 모니터 또는 태블릿을 평행하게 움직이면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슬라이더-크랭크 메커니즘(slider-crank mechanism)의 4절 링크는 회전 운동을 왕복 운동으로 바꿔줍니다***. 대표적으로 엔진의 피스톤 운동, 자동차의 와이퍼가 이에 해당됩니다. 물론 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 페달링의 경우 다리의 왕복 운동이 페달의 회전 운동으로 변환되는 것처럼요.
이처럼 4절 링크는 우리도 모르게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모두 공학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기구를 설계해왔기 때문입니다.
* 기구학은 기계공학, 로봇공학 등에 주로 응용된다.
** 예시로 카멜마운트의 모니터 거치대, 코끼리리빙의 태블릿 거치대가 있다.
*** 슬라이더-크랭크 메커니즘이 4절 링크인 이유는 아래 그림을 참고하면 된다. 왼쪽 그림(a)에서 곡선 슬롯(slot) 또는 가이드(guide)가 직선이 되면 크랭크(crank)처럼 된다. 즉, 슬라이더-크랭크 링크는 링크 4의 길이가 무한히 긴 4절 링크이다.
참, 운전 얘기가 나온 김에 좌회전-우회전할 때 중요한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핸들 좌측에 있는 막대기인데요. 이것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차의 깜빡이가 켜집니다. 차의 왼쪽 깜빡이가 켜진다면 왼쪽으로 가겠다는 신호이고, 오른쪽 깜빡이가 켜진다면 오른쪽으로 가겠다는 뜻입니다*. 운전할 때 보면 이 막대기를 안 쓰는 사람들도 보이더라고요. 안전운전을 위해 꼭 사용하도록 합시다! - EngNerd
* 간혹 앞차의 깜빡이 신호를 보면 와달라는 뜻인 줄 알고 더 액셀을 밟는 극혐 운전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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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해당 글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김윤영 석좌교수님*의 인터뷰 중 영감을 얻어 작성되었습니다. 김윤영 교수님의 연구 철학과 연구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담긴 인터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김윤영 교수님은 최적설계, 초음파 메타물질 등을 연구 해오셨으며, 국제적으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석좌교수로 임명되셨습니다.
1. Park, F. C., & Lynch, K. M. (2012). Introduction to Robotics, Mechanics, Planning, and Control. Seoul National University, 2015.
2. 제동계 / 조향장치 / 휠 얼라인먼트 | 카라이프: https://www.carlife.net/bbs/board.php?bo_table=cl_4_1&wr_id=155
3. what-when-how: https://what-when-how.com/automobile/the-ackermann-principle-as-applied-to-steering-automobile/
4. Yi Zhang, Introduction to Mechanisms: https://www.cs.cmu.edu/~rapidproto/mechanisms/chpt5.html
- 4-bar linkage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Four-bar_linkage
- windscreen wiper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Windscreen_wiper#Geometry
- Four-bar linkages | Dynamics: https://dynref.engr.illinois.edu/aml.html
- Wiper motor, linkage: how it works, symptoms, problems, testing: https://www.samarins.com/glossary/wiper-moto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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