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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법칙 (2025)

거짓말 탐지기

by 김민주

<진실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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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에는 거짓이 없어야 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네게 보여주는 모든 것은 진실이고, 나의 진실을 알게 된 너는 나에게 진실만을 보여줘야 해. 나는 네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진실로 생각할 것이고, 나는 그것만을 믿을 거야. 우리의 세상은 모두 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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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에서 진실인 것은 모두 세상으로 나와 떠돈다. 진실은 말이 되고, 진실은 표정이 되어서, 혹은 미묘하게 떨리는 눈동자, 빨개진 귀 같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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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짓은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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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있어선 안 돼. 내가 말했잖아.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우리의 세상에선 진실만이 참이야. 옳고, 맞는 거지. 왜냐고? 설명이 필요해? 진실이니까. 우리의 세상에는 거짓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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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짓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민주가 눈물을 머금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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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왜 신경 쓰는 거지? 거짓은 그냥 없애버리면 되잖아. 진실은 이렇게 세상으로 나와서 세상을 옳고 맞게 만들어. 우리는 옳고 맞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잖아. 그게 진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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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 마음 중에 진실은 세상으로 나와 옳은 것이 되고, 진실이 아닌 것은 민주의 바닥에 모여 옳지 못한 것이 되어 썩어간다. 민주가 눈물을 흘리면서 되묻는다.


거짓은 어떻게 해요? 거짓은 어떻게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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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은 진실이어야 해. 너의 거짓까지 안아줄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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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 마음 중에, 진실이 아닌 것이 모여 눈물이 되었다. 그 눈물은 우리의 세상에 있다.

세상으로 나온 눈물이 있으니 그것이 진실이 될 순 없을까.



<거짓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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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까지 사랑해 달라고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우리의 마음에 진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나의 마음에 진실이 아닌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대로 나의 진실이야. 우리의 세상에는 진실만이 있고, 우리의 세상은 진실로 만들어졌고, 나는 진실이니까. 거짓이기에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마음들은 없어.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실이 되곤 하니까. 너는 나의 진실이 아닌 것을 보고 사랑에 빠진 거야. 네가 그토록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들을 내가 거짓이라고 실토해 버리는 모습을 보고 말이지. 너는 너의 진실을 위해서 나의 진실을 거짓으로 떠밀고 있어. 너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 있지. 그건 진실도, 거짓도 될 수 없는 것 아닐까. 우리의 세상은 그저 사랑이기만 했던 거야. 네가 거짓으로 만들고 싶었던 마음도,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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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에는 진실만이 있어. 내가 네게 보여주지 않은 거짓도, 그 거짓을 보고 네가 숨겨 놓을 거짓도. 나는 네가 보여주지 않은 것들까지 진실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나는 그 모든 걸 사랑할 수밖에 없어. 우리의 세상은 모두 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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