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지혜
<나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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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 하나를 설득하기 위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날들을 살아왔고, 드디어 오늘이 되어 당신 하나를 설득하기 위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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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인생의 몇 안 되는 기로 위에 놓여 있다, 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민주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할 것을 직감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기로라는 것이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을 만나게 되고, 우리의 삶은 하나라는 사실 때문에 그 여러 갈래 중 하나만을 골라야만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특히 민주에게 하나만을 고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민주는 자신이 얼마나 머저리 같은 선택을 해온 사람인지 뼈가 저리도록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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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오늘의 당신을 위해 나의 오늘을 만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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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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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생의 몇 안 되는 기로 위에 있다. 그것은 분명히 당신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할 것을 당신은 직감하고, 그로 인해 당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을 만난 당신은 본인의 하나뿐인 삶을 위해서 그 여러 갈래 중 최선의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특히나 지금까지 머저리 같은 삶을 살아온 당신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몇 가지의 지침을 전한다.
이 기로에서 당신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가 당신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임을 잊지 말아라. 허나, 그것은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알아둬야 한다. 이 순간은 편의점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는 일이 그렇듯 일생의 끝에서 보았을 때, 당신에게 한낱 저녁 식사 같은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신이 이를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의 삶에서 이어져 온 선택과 경험의 결과라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은 이 글에서 스스로 밝히듯,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이 글을 이용해서 자신이 두려움을 짊어지고도 이 길을 고르는 것에 대한 정당함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신의 생각대로 이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으나, 당신은 이 글의 설득력을 위해서라도 그 변화를 바르게 끌고 갈 것이다. 이 글의 의미를 위해 일부러 자신의 머저리 같았던 과거의 선택을 과장하여 드러낼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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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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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 글을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다. 아직 혼란스럽다. 이 글은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눈을 계속 굴려가며 애쓰지만, 적당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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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당신 하나를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당신이 이 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쓰인 모양새가 당신과 하나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내내 불만족스러운 글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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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도 내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글로 남을 것이다.
민주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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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나는 그래. 나는 그런데, 당신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이 글은 그냥 잊어. 그리고 그냥 당신을 믿어. 당신은 당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