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아리 Jun 29. 2024

god의 '길'

"내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유난히 더 힘든 날이었다.

주말 아침에 더 자고 싶어도 늦잠 자는 건 안 좋은 습관이라 너에게 좋지 않은 본보기가 될까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일요일 오전엔 독서를 하기로 했는데 집에선 안될 것 같아 부랴부랴 씻고 도서관으로 갔다.


겨우 씻고 엄마를 따라나서는 너를 보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또 했다.

'네 시간의 주인은 아직 나구나.'


점심때는 정말 너와 함께 있는 게 고통스러울 만큼 힘들었단다.

너는 피곤함을,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짜증으로 푸는데

엄마는 그걸 받아줄 버틸 힘이 없구나.


저녁에도 짜증과 함께 숙제를 하는데

아슬아슬한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우린 나름 절제하고 참으며 마무리를 했단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네가 god의 '길'이라는 노래를 듣고 한참을 앉아있더라.

계속 반복해서 듣더라.


표정이 사뭇 진지하더라.

그리고 또르르 눈물을 흘리더라.


"엄마, 이 길이 내 길인지 모르겠어."

"내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이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잘 알지만,

끝없는 공부의 양과 주변에서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네가 부담을 느껴하는 걸 알아.

공부를 하지 않을 용기는 없고

네가 아닌 공부가 너를 끌고 다니지.

점점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나지.

너는 나에게 짜증을 내고, 엄마는 너를 닦달하지.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마!'

이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엄마도 입 밖에 내놓고 후회를 한다.  


아들아,

사람은 태어났으면 누구나 한 개의 산을 올라야 해.

그런데 오르고자 하는 산은 내가 정할 수 있어.

누군가는 백두산을, 누군가는 한라산을, 누군가는 동네 뒷산을 선택할 수 있어.

자신이 선택한 산의 특징과 지형을 알고, 그에 맞는 장비를 준비하고 올라야 해.


엄마가 네가 오르길 원하는 산이 한라산이라고 할지라도

네가 동네 뒷산을 오르고 싶다면

엄마는 뒷산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어떤 산을 오를 것인지는 네가 정해야 해.

다만 잘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각 산마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매우 다를 거야.

  

"네가 가고 싶은 길이 뭔데?"

"검.. 사.."

"그래, 검사는 어떤 일을 할까? 어떻게 하면 검사가 되는지 한 번 볼까?"


너와 함께 본

'검사'가 하는 일과 로스쿨생의 시험기간 공부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너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더라.


그 영상 속에 보였던 사람들은 누구도 짜증 내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지.

당연하듯 계획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나갔지.

넌 그 모습에 '어떻게 저러지?'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더라.

그리곤 내일 하겠다고 미루었던 숙제를 펼치더구나.


이 모습이

오늘 하루로 끝날지언정.

네가 '검사'가 아닌

어떤 일을 할지라도.

엄마는 널 도울 거고, 널 응원할 거다.


다만, 지금 너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즐겁게 썼으면 좋겠다.

그 시간들이 너를 만들어가니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