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계속 진화할 거야.
나름 인성교육으로 장관상을 받은 엄마인데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엄마한테 못된 말을 하다니.
엄마한테 지랑 비교하며 지적을 하다니.
엄마한테 온 힘을 다해 짜증을 내다니.
내가 그리던 내 아이는 이러면 안 되었다.
엄마가 얼마나 학교에서 애들을 바르게 키우는데
네가 집에서 이러면 나는 뭐가 되냐고.
다시는 못하게 하리라.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훈육 주머니를 펼친다.
1. 온화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예의 없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거야."
2. 눈을 쳐다보며 말없이 강한 눈빛으로만 덜덜 떨리게 한다.
3. 네가 한 행동이 네 삶과 인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질리게 잔소리한다.
4. 마음공부를 쓴다.(반성문을 쓴다.)
아이들 성향에 또 빈도에 맞게 골라 쓰면 된다.
교실에서는.
그런데 집에선 참으로... 안된다.
내가 아이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감에 내 감정을 숨기기가 어렵고
내가 아무리 무섭게 한들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와
엄마의 마음 여림을
이미 뼛속까지 아는 눈치 빠른 이 아들에게는
쉬이 먹히지 않는다.
포기하면 편하려나.
안 들은 척. 안 본 척.
그러나
버릇없는 말
짜증
이상한 말
안되지. 지면 안되지.
1번부터 4번까지 그때그때 골라 무한 반복.
나 또한 감정을 절제 못하고 폭발.
악순환이다.
내가 교실에선 얼마나 영향력 있는 선생님인데
집에선 이 모양이다.
오늘도 툭 내뱉은 너의 말이
엄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예전 같으면
나도 폭발하고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 쓰러졌겠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럴 땐 '10초'를 세어보라고 했지.
자, 해보자.
'하나, 둘, 셋, 넷...'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 아무리 폭발한들 달라질 것 없는데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때, 눈앞에 '시집'이 보인다.
"아들, 이거."
폭발해야 할 내가 차분히 건넨 시집에 '뭐지'하는 눈빛이다.
"37쪽에 '너를 두고'란 시가 참 좋더라. 외워보자."
폭발한 엄마의 모습이 온데간데없고
엄마의 버럭으로 너는 벌 받은 거라
쌤쌤이다. 생각하려 했겠지만
미소 지으며 건네는 시집을 뿌리칠 명분도 없다.
그 정도로 막 나가지도 않으니
순순히 시집을 받아 든다.
너를 두고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암송하는 시에 내 마음이 녹아내린다.
외운 시를 읊는 너도 미소를 짓는다.
아름다운 글귀가 너에게서 나오니 참 좋다.
너도 그걸 느낀 거겠지.
그렇게 우린 마주 보며 웃었다.
그래,
또 못된 말 해봐.
짜증 내봐.
이 시집은 176쪽까지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