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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15. 2024

추석! 이젠 변화를

함께! 즐겁게!


추석연휴 5일을 시작하는 첫날, 오랜만에 걷기 모임에 나갔다. 처음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추석이, 가을밤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오늘 나는 청일점이었다.




북서울꿈의숲을 출발, 오동근린공원을 거쳐 전망대에 올랐다. 서울이 한눈에 들어왔고, 장엄한 북한산부터 불수사, 도봉산, 아차산, 남산, 청계산 등 서울을 둘러싼 산들이 장관처럼 펼쳐졌다.



걷기에 허기진 몸을 달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오랜만에 다 같이 먹는 자장면은 꿀맛 같았다. 자연스레 추석 명절과 차례 이야기 꽃이 피었다. 나도 친구들의 수다 삼매경에 살짝 발을 담갔다.


나의 추석명절은, 어릴 적, 성인이 되고 결혼한 후, 어머니가 편찮으신 후, 그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의 고향 시골에 가면, 마을에 일가친척이 모두 모였다. 추석날 밤 마당에 큰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워 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반짝였다. 아버지께서 생존해 계신 때와 내가 결혼한 후에도, 작은 아버지와 고모네가 모여 북적북적했다. 그땐 제사와 차례가 당연한 것이었고 누구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조상께 제사를 정성껏 잘 모시면 복이 온단다!" 나는 그 말씀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는 장남이셨고 나는 장손이기에, 명절에는 어머니와 아내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아내는 결혼 후 30년 동안 장손집 제사와 차례를 모셨다. 나와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 온 걸 나는 여태 알지 못했다. 이제는 졸업을 해야 할 생애시기가 도래했다. 동생들은 명절 때 해외여행을 가도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모두 주부인 친구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제사의 비효율과 명절의 폐해도 거론됐다.
“누구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더라”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비교의 말들이 나오고,
“누구는 왜 시집을 안 가냐?”라는 어르신들의 이런 말에 아이들은 상처를 입는다고.

이번 추석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수백 년간 이어져 왔을 유교방식의 차례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천주교 방식으로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기로 했다. 지난주, 할아버지와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고, 내일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 가고 추석날에는 성당에서 추도미사를 드릴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제사는 유교의 의식이고 불교, 천주교나 기독교에는 없는 것.
30년의 해가 바뀌었고 나의 가치관도 변했고, 시절도 변했다. 한 톡방에선 이런 말도 나왔다.
"한가위가 아니라 한 더위로 합시다!"라고. 변화된 환경만큼 명절도 바뀌길 바란다. 나의 입장이 아닌 주부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래야겠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모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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